후보들 토론회서 드러난 '아킬레스건'…개선책 마련 부심
네거티브 열중하다 자신만의 '정책·비전' 포지티브 못살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김동현 박경준 박수현 최평천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1차 TV 토론을 비롯해 세 차례 토론을 마친 대선후보들이 약점을 보강해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를 안고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각 후보 진영은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성과를 얻어냈다고 자평하지만, 유권자들의 눈으로 봤을 때는 사실상 주제 제한이 없는 토론회에서 후보들의 약점도 분명히 드러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선대위 유은혜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는 자세로 균형 잡힌 식견을 보여줬다"며 "색깔론을 앞세운 네거티브 공세에 팩트를 제시하고 신뢰성 있는 답변을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민주당 자체 평가와 달리 앞으로 남은 토론회에서 비문진영 후보들은 2007년 북한인권결의안 기권결정 당시 문 후보가 북한의 반응을 물어보자고 하는 등 기권을 주도했다는 주장을 계속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 후보 측은 당시 회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맞공개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23일 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은 해명 과정에서 문 후보의 말이 바뀌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우리가 '회고록 논란'의 진위를 소상히 설명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토론이 그쪽으로 쏠려 우리의 비전을 말할 수 없다"며 "상대의 지적을 '팩트'로 응수하고 국정 기조를 되묻는 식으로 토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민주당측이 제기해온 네거티브 공세의 실상을 지적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평소 자신의 장기와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SNS에 '안철수는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 등 흑색선전을 유포한다는 점을 지적하려다 정작 자신의 가치관을 부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에게 '가짜뉴스 배포와 문자폭탄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짧게 지적한 다음 토론회 주제로 돌아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페이스북 라이브에 출연해 "민주당이 국민 세금을 가지고 저에 대해 사실이 아닌 네거티브만 하고 있다"며 "중앙선관위 3회차 토론 가운데 정치분야가 주제였던 이번이 유일하게 네거티브 문제를 짚고 갈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선대위는 남은 경제분야, 사회분야 TV토론을 트레이드 마크인 '미래'를 내세워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식 총괄선대부본부장은 "'안철수다움'을 부각하려고 한다"며 "잘 준비된 정책대안과 공약을 소개하며 안 후보를 통해 합리적 개혁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3차례 TV토론에서 주요 후보로서 존재감을 부각하지 못한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검사 출신답게 탄탄한 논리와 직설적인 표현 방식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으나 중량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것이 캠프 안팎의 평가다.
특히 23일 토론에서는 대학 시절 친구의 성범죄 모의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낳는 '돼지흥분제' 논란으로 집중적인 사퇴 요구를 받으면서 사실상 소외되는 모양새였다.
홍 후보 측은 좌우 프레임을 더 선명히 해서 보수 지지층에 호소할 계획이다.
특히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향한 칼날을 더 날카롭게 벼려 '문재인 대항마'이자 보수 대표후보로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당 이철우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후보가 문 후보의 답변에 재반박을 확실히 해서 문 후보로부터 완전히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돼지흥분제' 논란에는 전날 TV토론에서와 마찬가지로 사과를 반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 측은 앞선 TV토론에서와 마찬가지로 유 후보가 특유의 논리정연함과 언변으로 토론을 주도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유 후보 측은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유 후보 본인의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보고 향후 이 부분에 집중할 방침이다.
유 후보 자신도 전날 토론에서 아쉬운 점에 대해 "초반에 시간을 조금 많이 쓰는 바람에 마지막에 시간을 아껴 썼다"라고 말했다.
유 후보 측은 다른 후보들이 상호 비방으로 유권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경제 위기를 극복할 정책 비전을 제시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다음 선관위 토론의 주제는 경제 분야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등 경제학자로서 오랜 경험을 쌓은 유 후보의 정책 능력이 빛을 볼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측은 정책 면에서 구체적인 공약들을 제시하며 가장 차별화한 면모가 있었지만 다른 후보 간 '네거티브' 설전에 묻혀 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심 후보는 '돼지흥분제' 논란을 일으킨 홍 후보에 명확히 선을 긋고 '송민순 회고록' 등 이슈에도 개입해 비판할 것은 비판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만큼 이제는 준비된 정책들을 제대로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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