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대선에 운명 걸린 EU "EU 잔류파 마크롱 이겨라" 총력 지원
르펜 당선되면 '프렉시트' 현실화 이어 EU 해체 후폭풍 불보듯
마크롱 당선돼도 대대적 개혁 압박 예상…'동네북' 신세 된 EU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23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에 대해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며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중도파인 에마누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하게 됐기 때문이다.
11명이 출마한 이번 프랑스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이들 2명의 결선 진출자 이외에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와 급진좌파 진영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4파전 양상을 보였다.
더욱이 4명 후보 중 르펜과 멜랑숑 후보가 각기 다른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EU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1차 투표의 투표함 뚜껑이 열릴 때까지 EU 안팎에서는 내달 7일 실시되는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가 EU 탈퇴를 주장하는 두 후보가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가슴을 졸여왔다.
다행히 1차 투표 결과 'EU 잔류파'인 마크롱과 'EU 탈퇴파'인 르펜이 결선 투표를 벌이게 돼 EU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면하게 됐다.
그러나 EU로선 안도하긴 아직 이르다.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EU의 운명도 좌우될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두 대선 후보가 EU 잔류냐, 탈퇴냐를 놓고 정면대결을 벌이게 되면서 EU에게 프랑스 대선은 그저 여러 회원국 중 한 나라의 국가 지도자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EU 자신의 문제가 됐다.
'프랑스 우선주의'·'반(反)EU'를 내세우는 르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따라서 르펜 후보가 당선되면 프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충격에 이어 EU의 창립멤버인 프랑스마저 EU를 떠나게 되면 '통합 유럽'의 꿈은 산산이 부서지면서 다른 국가들의 탈퇴 도미노로 이어지면서 EU는 급격히 해체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EU로선 르펜 후보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일 것이다.
다만 최근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후보와 르펜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대결을 벌일 경우 마크롱 후보가 르펜 후보를 큰 격차로 이기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 점은 EU로선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대선 1차 투표 직전에 파리 중심가인 샹젤리제에서 총격테러사건이 터지면서 유권자들의 '반(反)EU 정서'를 자극, 르펜 후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의식 때문에 EU는 마크롱 후보의 당선을 학수고대하며 총력 지원하는 모습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나오자 마크롱 후보의 결선투표 진출을 축하하며 결선 투표에서도 르펜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라고 응원하고 나섰다.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융커 위원장은 (결선 투표에 진출한) 마크롱 후보의 1차 투표 결과를 축하하고, 결선 투표에서도 최선을 다하기를 기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크롱 후보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EU에 대한 강력한 개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국민의 EU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개혁을 주문할 것으로 보여 EU의 고민은 적지 않아 보인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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