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과제](17)국가·정부·시스템에 대한 신뢰 다시 세워야

입력 2017-04-25 07:00
[새 정부 과제](17)국가·정부·시스템에 대한 신뢰 다시 세워야

'최순실 게이트'로 신뢰 붕괴…수습 과정서는 민주·법치 시스템 정상가동

대통령의 민주주의 의지 중요…인사·對국회 관계가 그 시험대

제왕적 대통령제·정경유착 구조 등도 문제…제도 개편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이게 나라냐"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본 일반 국민의 정서는 이 한마디 말에 응축돼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인했던 이른바 비선 실세의 존재와 함께 국정 농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제대로 된 국가라면 이럴 수는 없다는 분노가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촛불집회의 원동력이 됐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에서 5월9일 조기 대선으로 취임하는 새 대통령은 '이게 국가다'라는 믿음과 공동체의 합의로 구축한 정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는 기대를 국민에게 심어줘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국가와 정부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재구축 방안으로 대통령의 의지와 함께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시스템은 있다…대통령 실천 의지가 중요 = 이번 조기 대선은 지난해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하고 국회가 같은 해 12월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뒤 헌법재판소가 올 3월에 이를 인용하면서 진행되는 것이다.

시스템의 '오작동'에서 비롯된 국정 운영 실패탓에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했지만, 국가적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는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에 의한 절차가 정상적으로 질서 있게 가동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은 시스템의 부재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무엇보다도 시스템에 의한 통치에 대한 새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순실 사태는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면서 생긴 것으로 대통령이 무능하고 무책임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면서 "새 대통령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새 대통령, 인사와 대(對)국회 관계에서 달라진 모습 보여야 = 민주주의 시스템에 따라 통치를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인사와 대(對)국회 관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출범하는 만큼 청와대 참모진 인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가까운 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부터 국정 운영을 위한 소통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채워야 이른바 '십상시' 문제나 '문고리 권력'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 역시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사람으로 채워야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만들 수 있다.

이와 함께 국회를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인정해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현재의 국회 의석 구조상 대선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돼도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를 피할 수 없고 협치를 하지 않는 이상 정부 개혁과제에 대한 입법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문 의원은 "국회 협조 없이는 경제·안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으며 정부도 성공할 수 없다"면서 "새 정부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국가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사고는 있을 수 있다…사전 경고음에 반응해야 =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여러 조짐이 있었으나 제대로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차원에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 모습이나 정윤회 문건 파동이 발생했을 때 불통으로 인한 국정 운영상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결국 방치됐고 이것이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이 의지가 없으면 언제든 제2의 최순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재의 권력 구조를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순실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의 권력집중으로 역대 정부에서도 대통령 친인척 문제 등으로 인한 위기가 없었던 적이 없다"면서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권력 구조 개편을 넘어 정치·사회 구조 차원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최순실 사태는 산업화와 권위주의 시대에 압축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묵인됐던 불법과 특혜 등과 같은 우리 사회의 모순과 정경유착 구조 등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면서 "최순실 사태를 가능하게 했던 사회 구조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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