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출루머신' 박종호 "나야 2번타자였으니까…김태균 대단"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은 여전히 박 코치가 보유…"안타 기록이 더 스트레스였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태균(35·한화 이글스)이 연속 경기 출루 행진을 이어가면서 박종호(44) LG 트윈스 코치의 이름도 함께 회자했다.
2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 코치는 "나는 내 타순에 어울리는 역할을 한 건데, 김태균은 4번 타자 아닌가. 김태균은 정말 대단하다"라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2번 타자'로 연속 경기 출루,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벌인 박 코치도 당시 "대단하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박 코치는 현대 유니콘스 소속으로 뛴 2000년 5월 3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그해 7월 13일 SK 와이번스전까지 59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김태균은 박 코치 눈앞에서 그 기록을 깼다.
김태균은 18일 대전 LG전에서 4회 말 우전 안타를 치며 60경기 연속 출루 고지를 밟았다.
박 코치는 "김태균이 내 기록에 근접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날은 경기에 집중하느라 태균이가 내 기록을 넘어섰다는 걸 알지 못했다"며 "속상하지 않다. 펠릭스 호세가 내가 기록을 세운 다음 해(2001년) 새로운 기록을 썼다. 어차피 내 기록이 아니었다"고 했다.
호세는 2001년 6월 17일 현대 유니콘스전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62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박 코치의 기록은 KBO리그 2위로 밀려 토종 선수 1위만 유지했다. 호세는 2006년 한국 무대로 복귀해 개막전에서 출루하며 기록을 63경기로 늘렸다.
박 코치는 "김태균이 호세 기록까지 넘어섰으면 좋겠다. 그래야 의미가 더 크다"고 후배를 응원했다.
토종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은 내줬지만, KBO리그 역대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은 여전히 박 코치의 몫이다.
박 코치는 현대 소속이던 2003년 8월 29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부터 안타 행진을 시작해 삼성으로 이적한 2004년 4월 21일 수원 현대전까지 39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박 코치는 "출루 기록보다 안타 기록을 세울 때 더 짜릿했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심했다"며 "출루는 안타 외에도 볼넷, 사구로 이어갈 수 있지만, 안타는 정말 안타만 쳐야 하지 않나. 나를 상대하는 투수들도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그런 그가 자부심을 느끼는 기록은 또 있다.
박 코치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가 한 시즌 최다 사구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1999년 무려 31번이나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박 코치는 "2번 타자는 어떻게든 출루해 클린업트리오에 타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1999년에 정말 자주 공에 맞았는데, 그만큼 공에 대한 두려움보다 출루에 대한 욕심이 강했다. 요령껏 공에 맞는 법을 터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코치는 "나는 특별한 재능보다는 꾸준함으로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았다. 출루, 사구, 안타 기록이 악착같이 버틴 내 프로 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덩치가 크지 않은 후배들도 힘을 얻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