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학교폭탄테러 음모 혐의 10대 소녀 재판…내달 1심 선고
테러혐의 기소 첫 덴마크 여성…자전소설서 자신을 '영웅' 묘사
"IS, 흥미로와서 관심…테러 감행 실질 의도 없었다" 혐의 부인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덴마크에서 자신이 다녔던 유대인 사립학교를 포함해 학교 두 곳을 폭발물로 테러하려던 음모를 세운 혐의로 체포된 17세 소녀에 대한 재판이 지난 19일부터 진행돼 내달 1심 판결이 예상된다고 현지언론들이 21일 밝혔다.
이 소녀는 지난 2016년 1월 체포됐으며 덴마크 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테러 혐의로 기소돼 법적 처벌을 앞두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소녀는 재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로 유럽 곳곳에서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IS)에 대해 '흥미로운(exciting)' 조직이라는 것을 알고 관심을 두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IS와 연계된 인물들을 물색해 접촉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그녀의 관심은 또래 소년들이나 쇼핑에서 몇 달 만에 '지하드(이슬람 성전)'로 급격하게 바뀌었다고 한다.
그녀는 2015년 10월 이슬람교로 개종했고, 직후에 코펜하겐에서 지난 2015년 2월 총격 테러를 저질러 두 명을 죽인 테러리스트 오마르 압델 하미드 알-후세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재판에서 그녀는 "그가 매우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취했다. 한때 (코펜하겐 총격 테러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오래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흥미롭게 살고 싶었고, 사람들로부터 돋보이고 싶었다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구금된 동안 그녀는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있는 한 소년에게 쓴 글에서 "지금 내 인생에서 IS는 큰 부분이기 때문에 이것을 잊어버리는 게 어렵다"면서 "너를 위해 거의 모든 것을 하겠지만, IS를 탈퇴하는 것은 지금 내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체포된 이후 지금까지 15개월간 교도소에서 지내면서 '자전적 소설'인 '성전에 이르는 길(The Way to Jihad)'을 썼다. 교도소에서 컴퓨터에 접근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글을 썼다는 것.
그녀는 이 글에서 자신을 덴마크에서 테러 공격을 계획하는 영웅적인 지하디스트로 묘사하면서 어떻게 폭발물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구했고, 어떻게 폭탄을 만들려고 시도했는지 등을 적었다.
검찰은 이 소설을 범죄 증거로 법정에 제시했다.
그녀는 법정에서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단지 픽션"이라면서 "더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조금 양념을 쳤다"고 인정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녀는 폭탄테러 음모 혐의와 별개로 작년 7월에 교도소에서 유리조각으로 한 남성 재소자를 찌른 혐의도 받고 있으며 재판에서 이를 인정했다.
범행 전날 이 남성과 종교에 관해 토론을 벌인 뒤 그녀의 글에 "그가 기독교도이거나 무신론자라면 나의 적이다"라고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다녔던 유대인 사립학교를 포함해 학교 두 곳에 대해 테러 공격을 실질적으로 감행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부인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자신의 행동은 단지 흥미를 쫓고 주위의 시선을 받고 싶어서 유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것.
하지만 그녀를 체포할 당시 경찰이 "1월 8일에 이교도들에 대한 폭탄 공격"이라고 쓴 쪽지를 발견했고, '지하드(이슬람 성전)'·'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등을 적은 또 다른 쪽지도 발견됐다고 언론은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체포 이후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공책에 "그들은 내가 계획을 포기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풀려나게 되면 내가 말한 것을 그들은 보게 될 것"이라고 적었고, 감방의 벽에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소녀 여기에 있었다"라고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달로 예상되는 재판부의 판결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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