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건강·삶 만족도 ↓…"고령화 맞춤 고용정책 필요"

입력 2017-04-23 14:04
은퇴하면 건강·삶 만족도 ↓…"고령화 맞춤 고용정책 필요"

고려대 김범수 교수 등 논문…'일하는 고령자가 건강하고 삶의 질 높다' 통설 입증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일을 하는 고령자가 일하지 않는 고령자보다 더 건강하고 삶의 질이 높다는 통설이 연구 결과로도 입증됐다.

이에 따라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조기·비자발 은퇴 비율이 높은 한국 상황에 맞는 고용정책을 수립해 은퇴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대 경제학과 김범수 교수와 최은영 경제연구소 연구교수는 23일 '은퇴가 건강 및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은퇴와 건강, 삶의 질 관계를 분석했다.

논문은 은퇴가 노동력 상실,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자원의 감소로 당사자에게 신체·정신적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며,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조기퇴직, 은퇴 후 준비 부족, 사회복지제도 미비 등의 한국적 특수성 탓에 은퇴가 고령자의 건강·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했다.

논문은 고령화연구패널조사 1차(2006년)와 5차(2014년) 자료를 이용해 이러한 가정이 성립하는지를 분석했다.

고령화연구패널조사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거주하는 45세 이상의 중고령자 1만명을 2년 단위로 조사하고 있다.

논문은 2006년 고용상태였다가 2014년 은퇴한 이들의 응답을 실험군으로, 2014년에도 여전히 일하는 이들의 응답을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총 표본 수는 1만7천278개였다.

실험 결과 은퇴 후 '건강상태 만족도'는 10.9%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5.1% 감소할 가능성이 있었다.

논문은 은퇴 후 사회활동 참여의 감소, 경제활동 및 사회적 네트워크가 줄어들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다고 해석했다.

은퇴는 본인이 느끼는 건강의 정도를 의미하는 '주관적 건강상태'에도 악영향을 미쳐 19.3% 감소할 확률이 나타났다.

은퇴 후 질병 상태는 5∼6%, 정신건강상태는 6∼9% 나빠질 확률이 있다는 기존 해외 연구보다 더 높은 수치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은퇴가 더 악영향이 크다고 논문은 판단했다.

논문은 "한국은 조기 은퇴와 비자발적 은퇴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다"며 "은퇴 후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받지 못한 경우 개인 의료비 지출에 큰 영향이 미친다"고 밝혔다.

논문은 "따라서 한국의 고령자 고용환경 변화에 따른 고용 유연화 정책과 임금피크제에 대한 논의 등 안정적인 고용정책으로 은퇴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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