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법원 "업무상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 뇌종양 발병 요인"
"15년 동안 하루 3∼4시간 휴대전화 쓴 남성에게 산재급여 지급하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업무상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이 뇌종양 발병 요인으로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21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서부의 이브레아 지방법원은 2010년 뇌종양이 발병한 로베르토 로메오(57)가 불가피한 업무를 위해 누적된 장시간의 휴대전화 통화가 질병의 원인이 됐다며 산업재해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산재 급여 지급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탈리아의 한 이름있는 회사의 관리자로 일하던 로메오는 15년 동안 업무 조율과 고객 응대를 위해 하루 3∼4시간 사무실과 자택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휴대전화의 전자파 등이 특정 암을 유발하는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료 전문가의 견해를 받아들여 "산재공단은 이 남성에게 매월 500유로(약 60만원)의 산재 급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남성의 소송을 대리한 법률 회사 '암브로시오&코모도'에 따르면 1심 법원에서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과 암 발병의 연관성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유사한 판결이 2009년과 2012년 이탈리아에서 내려진 적이 있으나, 이는 모두 항소심 판결이었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 이번 판결 결과를 홍보하며 "다른 뇌종양 환자들도 누적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1천640시간을 초과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뇌종양이 다행히 양성이었으나 종양 제거 수술로 청신경이 손상돼 청력을 잃은 로메오는 "휴대전화 사용을 죄악 시 할 생각은 없지만 이번 판결이 휴대전화 사용 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계에서는 휴대전화 전파의 암 유발 가능성을 여전히 확증되지 않는 논쟁거리로 여기는 터라 이번 판결은 항소심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제한된 연구에서만 휴대전화와 암이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으며,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양자 사이의 인과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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