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중징계 후폭풍…감사인 교체 봇물
계약사 80여 곳 이탈 우려…50곳 이미 떠나
안진 존폐여부, 딜로이트 파트너십 유지에 달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의 1년간 신규 업무정지 중징계 처분에 따라 업계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기업들의 외부 감사인 선임 기한이 이달 말로 끝남에 따라 감사인 교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빅4' 중 2위권을 다투던 딜로이트안진이 신규감사계약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기존 딜로이트안진 계약사들의 감사인 교체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감사인(회계법인) 해임사유인 '소속 회계사 등록취소' 규정에 따라 딜로이트안진에서 이탈하는 상장사는 계약 3년차 기업 80여곳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계약 1∼2년차 기업은 일정상 감사계약 변경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그대로 감사인 계약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감사인 교체 봇물…80여곳 이탈 우려
금융위는 지난달 딜로이트안진에 1년간 상장사와 증선위의 감사인지정회사, 비상장 금융회사의 감사업무 신규 계약 업무를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신규감사 금지에 따라 계약 3년차로 새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외부감사인을 찾게 됐다. 이미 딜로이트안진과 재계약 또는 계약을 맺었더라도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
감사계약은 3년 단위이지만 업무 연속성을 고려해 재계약이 빈번히 이뤄진다. 이 때문에 4월 감사인 선임 시즌에 맞춰 내려진 이번 조치에 감사인 변경 계약이 예년보다 훨씬 활발히 이뤄졌다.
감사인 교체 의무 대상이 되는 상장사는 올해 새로 계약을 맺어야 하는 80여 곳이다.
이미 두산밥캣[241560], 엔씨소프트[036570], 기아차[000270], 미래에셋대우[006800] 등 50곳 이상이 딜로이트안진을 떠나 새로운 외부감사인을 찾았다. 나머지 상장사들도 감사인 선임 기한 마감을 앞두고 고심 중이다. 대형 상장사 대부분은 기존 '빅3' 상장사로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고객사 이탈 규모는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당초 1∼2년차 계약사도 '소속 회계사 등록취소' 사유로 감사인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이들 회사의 감사계약 해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12월 결산법인이 감사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3월 안에 감사인선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금융위가 업무정지 조치가 3월 22일 이뤄지면서 감사인 교체·해임시 감사인에게 부여해야 하는 10일 이상의 의견진술 기간이 확보되지 않았다.
회계업계에서는 딜로이트안진이 시장의 신뢰를 잃고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예상보다 타격이 적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사업무 전면 금지 등의 이야기가 나왔던 제재 전에 예상했던 상황에 비하면 상장사 신규감사, 지정감사만 금지된 데다 1~2년차 법인의 계약해지도 거의 불가능해져 안진의 상황이 심각한 것 같지는 않다"며 "감사부문에 있어 딜로이트안진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았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 업계 판도 바뀔까…딜로이트, 200억원+a 지원
딜로이트안진은 삼정KPMG와 함께 국내 회계법인 2위를 다투는 대형 회계법인이다.
기업경영성과 분석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중 101개사(20.9%)가 딜로이트안진과 감사계약을 맺고 있다. 삼일PwC(31.7%)의 피감기업이 가장 많고 딜로이트안진, 삼정KPMG(19.7%), EY한영(14.3%)순이었다.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이던 딜로이트안진이 1년간 업무정지 조치를 받으면서 회계업계의 지각변동도 불가피하게 됐다.
딜로이트안진이 문을 닫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 해도 1년간 기존 고객사와 금융사를 제외한 비상장사 감사계약으로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데다 제재가 종료된 이후에도 경쟁사에 뺏긴 고객사를 되찾아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시장에서의 평판이 무너진 만큼 소속 회계사들의 대거 이탈도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구조조정 업무를 맡고 있던 워크아웃팀의 핵심인력이 EY한영으로 이직했다.
기존 고객사가 타 법인으로 옮겨가면서 해당 회사를 담당하던 인력들이 고객사를 따라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회계연도 감사업무가 종료되고 인센티브 지급이 종료되는 4월 말께부터 인력 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의 운명을 결정할 결정적 요인은 손해배상소송과 글로벌 파트너사인 딜로이트와의 계약 유지 여부다.
이미 국민연금이 대우조선과 딜로이트안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장을 접수했고 투자자들의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딜로이트안진 고위 관계자는 "아직 손해배상 규모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으며 글로벌 파트너사인 딜로이트에서 이미 200억원의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고 추가로 지원이 필요하면 더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딜로이트와의 관계가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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