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버클리大는 어쩌다 反트럼프 시위의 중심지가 되었나

입력 2017-04-21 17:03
美버클리大는 어쩌다 反트럼프 시위의 중심지가 되었나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1960년대 미국의 반전·자유언론운동의 중심지였던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극우 보수 논객의 교내 강연을 둘러싼 논란, 트럼프 찬반 지지자들의 충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버클리 대학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초 그를 지지하는 극우 언론인의 학내 행사 참석에 반대하는 격렬 시위가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수석 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이 공동 창업한 극우 매체인 브레이트바트 뉴스 수석 편집자 밀로 야노풀로스를 쫓아내기 위해 시위를 벌이면서 학생들은 유리창을 깨고, 돌을 던지는가 하면, 불을 지르기도 했다.

지난 19일에는 보수 논객 앤 쿨터의 강연이 예정돼 있었으나 학생들이 폭력 시위를 벌일까 봐 우려돼 학교 측이 행사를 급히 취소했다. 강연자는 물론 청중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학교 측이 밝힌 사유였다. 학교 측은 이튿날 결정을 번복해 쿨터의 강연을 허용했다.

전국 곳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실적 공개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지난 15일 '납세의 날', 버클리 시에서는 시위 도중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20여 명이 체포되고, 무기 10여 점이 경찰에 압수됐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는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버클리가 트럼프 시대를 맞아 폭력 시위장이 되고 있다며, 배경을 분석했다.

버클리 대학이 '반 트럼프' 시위의 선봉이 되고 있는 것은 우선 과거 이 학교에서 전개된 자유언론운동, 반전운동, 흑인 인권 운동 등에서 볼 수 있는 오랜 자유주의적 정치 성향 때문이다.

1960년대 학생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 권리를 주장한 자유언론운동은 인종차별 반대,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버클리는 강한 자유 진보적 색채 때문에 보혁 갈등을 부각하거나 조장하려는 보수주의자들에게 쉬운 공격 대상이 되고 있으며, 진보주의자들에게도 운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버클리 폭력 시위의 원인이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찰이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고 미적거리는 바람에 뉴욕 등 다른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 사태가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앤드루 그린우드 버클리시 경찰서장은 "일촉즉발의 군중 속에서 싸움이 발생하면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상당한 병력과 장비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무고한 이들을 다치게 할 수 있어 극히 조심해야 한다"고 시위 통제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버클리가 다른 지역 운동가들의 표적이 되는 것도 문제다.

버클리의 정치 성향이 높다 보니 다른 도시, 주에 있는 보수, 자유주의 운동가들이 버클리를 대결의 장소로 선택해 정치 행사를 벌인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시위 때 체포된 이들 중에는 멀리 미주리 주 출신이 포함돼 있었는가 하면, 3분의 2가 샌프란시스코 거주자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반정부 시위는 버클리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유독 버클리에서 폭력 사태가 잦은 것은 버클리가 그만큼 좌파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미시간 대학교의 마이클 히니 정치사회학 교수는 시위대 규모가 크고, 대부분의 시위대가 평화적 시위를 벌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폭력 사태가 발생하기 어려우나 시위대 규모가 작고, 과격파들이 많으면 시위가 폭력 사태로 쉽게 변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건 시민운동가들은 시위의 폭력성이나 과격한 주장은 시민·학생 운동 본래의 취지를 흐릴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k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