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이지 않은 세포도 훌륭한 비구상화 소재"
'그림 그리는 피부과 전문의 장인성씨…"화가로 불릴 때가 더 좋아요"
(천안=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 "정상적이지 않은 피부세포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고, 캔버스에 옮겨놓으면 훌륭한 비구상화가 됩니다."
충남 천안에서 클리닉을 운영하는 전문의 장인성(62)씨는 25일 최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미술세계'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끝낸 뒤 병원 로비에 또 다른 작품을 걸며 이같이 말했다.
피부과 의사답게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인체 일부를 탁월한 조형미로 승화, 서양화단에서 이미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1985년 강원미술대전 입선하면서 '화가의 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1988년 병원을 열며 진료실 옆에 작업실을 만들어 그림에 몰두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 부문에 '땅에는-닻'을 출품해 특선, 10여 차례 공모전 입상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충남미술대전 운영위원 등을 거쳐 지금은 초대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하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의사'라기 보다는 '환자를 돌보는 화가'에 더 가깝다는 얘기를 듣는다.
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았는데 선친의 권유로 미대를 포기하고 충남대 의과대학에 진학, 의사가 됐지만, 지금은 화가로 손색이 없다.
의대에 다닐 때는 손이 간지러워 그린 만화를 해부학, 생리학 등 수업시간에 친구들에게 돌려 공부를 방해하기도 했다.
"회화를 전공하지 않아 한때 공모전에 매달렸고,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일은 그 방법이 유일했다"는 장씨는 "요즘도 하루 4∼5시간은 꼬박 캔버스 앞에 앉고, 주말에 기회가 되면 야외스케치를 나간다"고 말했다.
평일의 경우 오후 7시 무렵 진료가 끝나면 거의 자정 무렵이 돼야 붓을 놓는다.
상상력 빈곤을 고민하다 경기대 조형대학원에 진학, 서양화를 전공하기도 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5∼6년 전부터는 피부조직을 캔버스에 옮겨놓는 일에 천착했는데 "때로는 가시덤불이 되기도 하고 야생화가 흐드러진 사막, 퇴락한 옛 도시의 실루엣이 변신하는 세포의 군무가 놀랍기만 하다"고 설명했다.
비정상적인 조직에 오히려 조형미가 숨어 있더라는 그는 "현상은 나쁜데 거기에도 아름다움이 있음을 해석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개인전을 연 장 원장은 모두 16차례의 개인전, 200여차례 그룹·단체전에 그림을 출품했다.
"의사로 이름을 얻거나 큰 돈을 벌기보다 화가로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그는 몇 해 전부터 병원 로비 벽면을 아예 전기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병원이 하나의 미술관이 됐다.
"얼마 전 진료를 받으러 온 분이 작품을 살 수 있느냐고 물어와 완곡히 거절했다"는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의사 노릇은 그만두게 될 거고 붓을 드는 힘이 있는 한 그림을 그리다 죽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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