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유람선 버리고 달아난 伊선장, 상고심서 무죄 주장
항소심서 징역 16년형…검찰 "형량 너무 낮아…27년형 구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012년 1월 이탈리아 토스카나 해변에서 좌초해 32명의 사망자를 낸 크루즈선에서 승객이 모두 탈출하기 전에 배를 버리고 먼저 도망갔다가 기소된 프란체스코 스케티노(56)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이 시작됐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20일 과실치사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6년1개월 형을 선고받고 상고한 코스타 콩코르디아 호의 선장 스케티노 사건에 대한 심리에 착수했다.
70여개 나라 출신 승객 3천216명과 승무원 1천13명 등 총 4천200여 명을 태우고 항해하던 코스타 콩코르디아 호는 2012년 1월13일 토스카나 해변의 질리오 섬 인근을 지나다 암석에 부딪쳐 좌초했고, 이 여파로 승객 32명이 숨지고, 157명이 다쳤다.
스케티노 선장은 사고 당시 승객 전원이 탈출하기 전에 먼저 달아나 '겁쟁이 선장'이라는 세계적인 오명을 얻은 바 있다.
해난 사고 시 선장이 가장 나중에 퇴선한다는 불문율을 어긴 그는 재판 과정에서 사고 직전 몰도바 출신 여성 댄서와 희희덕거리고, 자신의 육감만 믿고 배를 섬쪽으로 너무 붙여 운항시킴으로써 사고를 자초했을 뿐 아니라 배가 암초와 충돌한 지 1시간 후에야 경보음을 울려 피해를 키우는 등 사후 대처도 미흡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프란체스코 살차노 검사는 이날 재판정에서 "심각한 직무 태만과 규정 위반으로 거대한 크루즈선이 좌초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라며 "형기를 늘리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항소심의 형기가 유지돼 피고가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스케티노의 항소심 형량이 너무 낮다며 징역 27년을 구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케티노는 최종심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투옥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케티노 선장의 변호인단은 당시 사고가 선장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며 운영상의 문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크루즈 운영사인 코스타 크로치에레, 스케티노 선장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조타수, 이탈리아 해안 경비대가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또 스케티노가 승객 전원이 탈출하기 전에 도망간 것에 대해서도 배가 중심을 잃어 우연히 구명선에 떨어진 것일 뿐 일부러 도망갈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한편, 대법원의 선고는 내달 12일께 나올 예정이라고 이탈리아 언론들은 보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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