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나라의 패러독스'…부유한 국가가 망한 다섯가지 이유

입력 2017-04-20 10:58
'부자 나라의 패러독스'…부유한 국가가 망한 다섯가지 이유

'죽은 경제학자의 아이디어' 작가의 신작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600년대 명나라, 1700년대 베네치아, 1800년대 합스부르크 가문, 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오스만제국. 경제적 번영을 누리며 시대를 호령하던 강대국들이었지만 이제는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베스트셀러 '죽은 경제학자의 아이디어'로 잘 알려진 미국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는 신간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21세기북스)에서 역사상 부유했던 나라들의 분열 과정을 살핀다. 그리고 국가가 번영의 시절을 끝내고 불황의 시대로 접어들 때 파국을 맞이한다는 공통된 경향을 발견했다. 그리고 파국의 원인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발생했다.

저자는 사례로 든 역사 속 부유한 국가들은 ▲ 출산율 하락 ▲ 국제무역의 활성화 ▲ 부채 증가 ▲ 근로 윤리의 쇠퇴 ▲ 애국심의 소멸이라는 다섯 가지 번영의 대가를 치르며 분열과 파국의 길로 들어선다고 분석한다.

첫째, 국가가 번영할수록 출산율은 하락한다. 부유한 사회에서 아이들은 더는 노동력이 아닌 사치품과 같은 존재가 된다. 스파르타는 전쟁에서 승리하며 잡아온 포로들에 노동력을 의존했고 부자들은 아이를 많이 낳지 않았다.

둘째, 국가들은 다른 국가와 교류하며 부를 얻고 유지하지만, 교류로 인한 세계화는 국가의 관습과 전통을 흔든다. 이는 국가의 정체성 약화로 이어진다. 부를 얻거나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제적 교류로 인한 세계화는 국가의 관습과 전통을 흔든다. 영화 '부시맨' 속 주인공은 콜라병을 발견하고 신의 선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콜라병이 부족의 평화를 깨뜨리게 된다는 이야기는 이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세번째로, 부유한 나라에서는 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은 죽으면 빚이 탕감되거나 면책되지만, 정부의 부채는 사라지지 않는다. 더구나 부자 나라는 돈을 더 많이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부채는 미래 세대를 구속하는 결과를 낳고 미래 세대와 국가의 연결고리는 느슨해진다.

다음으로 부유한 나라의 사람들은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꺼려 한다. 밥을 먹기 위해 일하지 않으며 여가 시간을 추구하며 노동 의지는 줄어든다.

젊은이들의 노동 기회가 줄어든 곳에서도 사회 분열의 싹이 튼다. 유리 공예 등으로 부자가 된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길드 체제는 기존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규 인력의 시장진입을 억제했다. 노동 인력은 고령화됐고 젊은이들은 노동 기회를 박탈당했다. 의욕을 잃은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공화국은 가면축제와 도박, 유흥을 즐기는 곳으로 변해갔다.

마지막 요인은 애국심의 소멸이다. 국가는 국민성이나 공통의 이야기 없이는 오랫동안 존속할 수 없다.

합스부르크 제국이 단적인 예다. 광범위한 영토를 소유했지만, 혈연이나 혼인관계로 이어진 인척들 이외의 사람들은 자신을 합스부르크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믿음과 역사, 언어, 가족관계를 공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합스부르크 제국은 이론적인 개념에 불과했다.

이런 다섯 가지 요인은 역사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지금의 부유한 선진국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분열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오늘날 미국과 유럽이 공동체 정신을 회복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의 교훈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답한다.

국가 쇠락의 다섯 가지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리더의 역할을 중시한다. 그리고 역시 역사 속에서 답을 찾는다. 그는 정복 민족을 결집하고 포용했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민족적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취했던 터키 건국의 아버지 케말 아타튀르크를 비롯해 일본 메이지 유신 시대의 지도자들, 코스타리카의 호세 피게레스 페레르, 이스라엘의 여성 지도자 골다 메이어에 주목하며 리더의 덕목과 자격을 이야기한다.

박세연 옮김. 488쪽. 2만2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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