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몽마르트르' 조성사업에 용산구-상인 반년째 갈등

입력 2017-04-20 07:05
'서울의 몽마르트르' 조성사업에 용산구-상인 반년째 갈등

이태원 가구거리 상인들 "주차장 없앤 뒤 손님·매출 감소…전시행정"

용산구 "보도 넓혀 유동인구 늘어날 것…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노력"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김현정 기자 = 서울 용산구의 명소인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를 '서울의 몽마르트르'로 만든다는 야심 찬 사업이 반년째 관할 자치단체와 상인 간 갈등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20일 용산구와 '앤틱가구거리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 10월까지 총 9억 7천만원을 들여 용산구 녹사평대로26길 '앤틱가구거리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낡은 가로등을 정비하고 보도를 확장해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공사였다. 추가로 1억원을 들여 상징물과 벤치 등 편의시설도 설치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를 서울의 몽마르트르로 만들고자 한다"며 "향후 용산공원 조성과 더불어 전 세계 관광객이 걷고 즐길 수 있는 한국의 명소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도를 넓히는 과정에서 이 거리에 있던 공영주차장 약 50면이 사라지면서 구와 상인 간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 상인들 "주차공간은 생존권…매출 줄어 이전 속출"

상인들은 가구거리 특성상 차를 몰고 오는 고객이 많고, 구매한 가구와 골동품을 싣고 가려면 차를 댈 곳이 있어야 한다며 거리정비가 '전시행정'이라고 주장한다.

한 상점 주인은 "주차공간을 없애고 나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걸어가다 들르는 손님보다 차를 몰고 오는 손님이 훨씬 많았는데 차를 못 대게 하니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비대위는 "가구거리 상인들에게 주차공간은 생존권"이라며 "전시행정 때문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일부는 10분의 1로 줄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녹사평대로26길 상점 대부분은 구에 대한 항의 표시로 유리 벽에 '졸속전시행정 용산구청장 퇴출' 종이 피켓을 붙였다. 가게를 내놓은 듯 '임대' 쪽지를 붙인 상점들도 눈에 띄었다.

이전을 준비한다는 한 매장 주인 정모(35)씨는 "우리 가게는 그나마 장사가 잘 되는 가게였는데 매출이 작년보다 30% 줄었다"며 "구가 장사하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으니 매장을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상인 70%가 가게를 내놓고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작년에도 가게를 내놓은 상인이 40∼50%로 가구거리 사정이 어려웠는데 주차장이 사라진 이후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용산구 "정비사업 성공적…유동인구·손님 늘어날 것"

구는 정비사업이 성공적이라며 앞으로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했다.

구 관계자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한다"며 "사업 전에는 도로가 엉망이어서 어두워지면 아무도 다니려 하지 않았는데 보도를 확장해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행인 중에는 보도가 넓어져 좋다는 의견을 밝힌 사람들도 있다"며 "거리 미관이 좋아져 사진을 찍는 행인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구거리 고객 감소를 두고는 "과도기라 지금 손님이 없을 수 있고, 요사이 경기불황 영향도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구는 자체 예산과 서울시 지원금 등 총 1억원을 올해 추가로 들여 홈페이지와 홍보 책자를 만들고,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축제'와 '지구촌 축제'를 지원해 이태원 방문객이 늘어나게 한다는 계획이다.

주차장이 없어 영업이 어렵다는 상인들의 요구에 '매장 방문 차량' 안내표를 꽂은 차량은 1시간 동안 주차단속을 유예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1시간 이상 주차 차량은 구청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유료 공영주차장을 설치하거나 주차단속 유예 시간을 2시간으로 늘려 달라는 등 요구사항을 내놓으며 구에 간담회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구는 간담회 개최를 검토할 방침이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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