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당 살얼음판…전임 총리 훈수로 당내 긴장 고조
축출된 애벗 전 총리 '도발'에 일부서 "정계 떠나라" 반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보수여당의 당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정부 여당의 인기가 바닥을 치는 가운데 1년 6개월 전 맬컴 턴불 현 총리로부터 축출된 토니 애벗 전 총리의 '턴불 흔들기'가 노골화하면서 집권 자유당 내부에서도 동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2010~2013년 사이 현 야당인 노동당 소속 케빈 러드와 줄리아 길라드 사이에 총리직을 다투며 벌인 유사한 혼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애벗 전 총리는 부활절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호주 미디어그룹인 뉴스코프 계열 신문 기고문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다음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기세라며 여당이 이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벗은 이어 자신이 약 2개월 전에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며 제시한 5개 항의 요구를 되풀이,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애벗은 당시 상원 개혁, 재생에너지 보조금 중단, 인권위원회 자금 지원 철회, 이민 중단으로 집값 문제 해결, 호주인 자긍심 고양 등을 제시했다. 추가로 부채 축소를 위한 지출 삭감도 요구했다.
하지만 총리직에서 밀려난 뒤 하원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종종 턴불 총리의 정책방향에 딴지를 거는 애벗 전 총리의 행보에 일부 의원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특히 중진인 워런 엔치 하원의원은 애벗을 향해 턴불 총리에 맞서 '성전'(지하드)을 벌이는 '파괴자'(wrecker)라며 입을 닫지 않으려면 정계를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일부 자유당 실세들은 애벗의 턴불 정부 흔들기가 계속될 경우 애벗의 지역구 자리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19일 호주 언론이 전했다.
그러나 애벗 전 총리를 지지하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대런 체스터 인프라 장관과 스티브 초보 통상장관을 비롯해 일부 의원은 애벗이 의원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밝힐 권리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애벗도 자신의 뜻을 천명하는 것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2주마다 3차례 정기적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다며 "중요한 국내 및 국제 문제에 대한 코멘트를 멈추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기반이 이미 크게 취약해진 턴불 총리는 당내 분란이 가열될 수 있다며 이어지는 전임자의 '도발'에 공개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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