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선 막말·선동, 도를 넘었다
(서울=연합뉴스) 대선이 이전투구 판으로 변질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된 지 사흘 만에 막말과 지역감정 선동, 색깔론 조장발언으로 얼룩지면서 막가파식 선거 구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후보들과 각 대선캠프의 언행치고는 도를 넘어도 한창 넘어서고 있다. 뒤처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계산된 막말을 하는 후보도 있다고 한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악폐이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라지지 않을까 했던 유권자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뭉개는 삼류 정치의 현주소일 뿐이다. 이래서는 누가 집권하든 앞날이 뻔한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9일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겨냥해 "이번 선거가 끝나면 해남 토굴로 가서 또 정치 쇼 하지 마시라"고 퍼부었다. 홍 후보는 앞서 "좌파 셋에 우파 하나가 나왔는데, 선거에서 못 이기면 낙동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며 보수층을 자극했고,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고 말해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공보단장은 안 후보 부인의 '보좌진 사적 업무지시'를 놓고 "안 후보 부부에게서 박근혜·최순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뜬금없이 쏘아붙였다. 바른정당 이기재 대변인은 홍 후보의 '경남 지사직 심야 사퇴'에 대해 "야반도주", "핫바지 도지사"라고 했다.
고질병인 지역 몰표와 색깔론에 기대려는 선동 발언에는 더 기가 막힐 따름이다. 지금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이번 대선은 망국적인 지역 선거의 악습 고리를 끊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을 만하다. 이를 되돌리려는 것은 구시대적 정치 퇴행일 뿐인데도, 지역 싹쓸이 향수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세력이 아직도 강고해 보인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문재인은 우리 전북 인사들을 차별했다"며 "대북송금 특검을 해서 김대중 대통령을 골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 "호남 1중대를 때리니 주저앉고 지금 2중대가 떠오르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지역감정 조장발언을 했다. 홍 후보는 나아가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실상 대북정책에 한해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정은이 되는 것이고, 안 후보가 되면 실질적인 대통령은 친북좌파인 박지원 대표가 된다"고 두 후보를 싸잡아 색깔론 공격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저질 언행은 대선을 혼탁게 하는 주범이다. 저질이 저질을 부르는 것은 뻔한 이치다. 불과 20일 남은 대선이 앞으로 얼마나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지는 알 길이 없다. 대선후보들은 지금부터라도 당장 표가 될 것 같은 유혹의 함정에서 벗어나 품격을 지켜야 한다. 가뜩이나 안보 위기와 경제 불안에 다들 지칠 대로 지쳐있는 마당에 비전과 포부를 내놓기는커녕 실망만 떠안겨서는 대선후보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본다. 유권자들도 누가 일탈 후보인지를 냉철히 따져 정확히 옥석을 가려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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