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예년 갑절 규모로 베트남 최대 엑스포 참가해 외화벌이

입력 2017-04-19 16:01
북한, 예년 갑절 규모로 베트남 최대 엑스포 참가해 외화벌이

건강·의약제품 주로 판매…김정은 비자금창고 '39호실' 산하 업체 참가 의혹

한국대사관 "유엔 제재대상 업체도 있어…대북 제재강화 속 北기업들 참가 부적절"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북한 업체들이 예년보다 큰 규모로 베트남의 최대 종합전시회에 참가해 외화벌이에 나섰다.

이들 업체 중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대상에 해당하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외교당국이 베트남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나흘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 ICE 전시장에서 열리는 '베트남 엑스포'에 북한이 4개 전시·판매 부스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부스에서는 조선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조선정성제약종합공장, 조선만년보건총회사 등 8개 업체가 고려인삼, 홍삼 가루, 간장 치료제, 혈전 용해제 등 주로 건강보조식품이나 의약품을 팔고 있다. 제품 종류에 따라 한화로 1만 원에서 50만 원짜리도 있었다.

이들 부스의 한 직원은 "제품 선전을 하면서 판매도 한다"며 "수출 상담 또한 한다"고 말했으나 주로 현장 판매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사람의 북한 제품 구매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2013년부터 베트남 엑스포에 참가한 북한은 2016년에는 2개 부스를 설치해 2개 업체가 참가했으나 올해의 경우 부스 수는 2배로, 업체 수는 4배로 늘렸다. 북한은 올해 4개 부스 가운데 1개를 무료로 쓰고 나머지 3개는 15∼20% 할인된 1천500달러(171만 원)씩에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자 전통 우방인 베트남에서 비록 판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참가 업체 가운데 조선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작년 3월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제재대상에 오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비자금 창고' 39호실과 관련 있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39호실 산하 기구인 대성지도국이 외화벌이 업체로 조선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안보리 결의에 따르면 제재대상 단체가 소유, 통제하거나 지시하는 곳도 제재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유엔 제재대상 산하 업체를 포함해 북한 기업들이 예년보다 많이 베트남 엑스포에 참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베트남 정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베트남 정부는 조선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39호실 산하라는 증빙자료가 있으면 우리 측에 달라며 북한 기업들의 참가에 대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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