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금융정책위원회에 매파 사라지고 비둘기파 일색
7월부터 9명 중 8명 이상이 비둘기파…"출구전략 어려울 듯"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이른바 비둘기파로 거의 꽉 차게 됐다.
퇴임하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 위원의 자리를 비둘기파로 속속 채운 결과다.
19일 아사히·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정책위원회에서 양적완화에 신중했던 심의위원 2명이 7월 23일 교체되고, 후임자 중 1명은 완화 찬성파로 보강된다.
일본 정부는 18일 임기 5년의 새 심의위원 후보로 가타오카 고지(44)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 수석주임연구원, 스즈키 히토시(63) 미쓰비시도쿄UFJ은행 이사를 중·참의원에 제시했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정책위원회는 총재와 부총재 2명, 심의위원 6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7월 물러나는 기우치 다카히데, 사토 다케히로 위원은 금융완화에 반대하는 매파로 분류된 인물들이다. 2012년 7월 취임한 이들 2명은 작년 1월 마이너스금리정책이나 9월 장기금리조작을 포함한 금융완화형 새 정책 도입에 반대해 왔다.
마이너스금리 도입 때 이들 두 위원과 함께 반대 목소리를 냈던 시라이 사유리, 이시다 고지 당시 위원은 이미 작년 여름에 임기를 마쳤다. 그 후로는 기우치, 사토 위원을 뺀 7명의 찬성 다수결이 계속됐다.
7월 가타오카가 취임하면 1998년 새 일본은행법 시행 뒤 최연소 심의위원이 된다. 가타오카는 적극적인 금융완화와 재정 확대로 경기를 회복시키자는 '리플레이션파'다.
따라서 일본은행 정책위원중 적어도 8명이 양적완화파로 채워지는 셈이다.
메가뱅크 출신인 스즈키는 아직 금융정책에 대한 입장이 불명확해 성향 분류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다.
메가뱅크 출신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1998년 새 일본은행법 시행 이래 반드시 포함됐지만 작년 여름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출신 이시다 고지 위원이 퇴임한 뒤 한 명도 없었다.
일본은행과 금융업계의 관계는 마이너스금리정책 도입 이후 시장의 혼란이나 자산운용 악화로 삐걱거렸는데, 메가뱅크 출신 심의위원 부활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무엇보다 구로다 총재 노선에 제동을 걸 '세력'은 사실상 없어졌다는 평가다. 그러면 아베노믹스 정책 가동에 탄력이 붙는다. 일본은행에서 정책 문제점을 지적할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적어져서다.
이번 인사는 구로다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 이후 일본은행 정책 방향을 점칠 수 있다며 주목됐다. 양적완화 반대 세력이 사실상 없어지며 구로다 총재의 양적완화 노선이 이어질 전망이다.
심의위원이 교체될 때마다 마이너스 금리 반대파가 줄고 찬성파가 늘어 금융완화가 쉽게 된 것이다. 심의위원은 국회 동의를 얻어 정부가 임명하게 되기 때문에 아베 신조 총리의 의중이 반영되는 구조다.
아베노믹스를 지탱해 온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리플레이션파가 보강되면서 "차기 총재 인선에서도(구로다 총재 유임설도 여전) 완화 강화파가 선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정책위원회가 적극완화파 색깔이 강해지며 현행 금융정책에 대한 영향은 경미할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지만 마이니치신문은 완화축소 등 장래 출구전략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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