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베풀어요"…배재대 학생들의 뜻깊은 봉사활동
책 200권 녹음, 워드작업 거쳐 점자도서관에 전달 계획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봄 햇살이 따사로운 19일 오전 11시. 대전 배재대 캠퍼스 곳곳에 봄꽃이 만개해 학생들을 설레게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컴퓨터 앞에 삼삼오오 모여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건너편 녹음실에서는 헤드셋을 낀 여학생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신간 소설책을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장애인의 날'(20일)을 하루 앞둔 19일 학생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이 개설한 교양과목 '인성과 예(禮)티켓' 수강생 60여명은 요즘 뜻깊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낭독팀과 워드작업팀으로 각각 나눠 목소리 재능기부와 타이핑 봉사를 한다.
다음 달 말까지 200권의 책을 모두 녹음하고, 글자화해 대전 한밭도서관 내 점자도서관에 보낼 계획이다.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교양과목 수강생 60여명이 참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봉사활동 취지에 공감한 학생이 늘면서 이제는 100여명이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녹음팀 학생들은 책상에 놓인 마이크 앞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녹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확하고 맑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생수로 목을 가다듬으며 책을 읽고 녹음하는 작업을 수업이 반복한다.
워딩팀은 컴퓨터 앞에 앉아 3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자판을 두드리다 보니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다.
목소리 재능기부에 참여해 활동 중인 한국어문학과 2학년 민병호씨는 "예전에는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리기에 바빴지만, 지금은 녹음실을 찾아 뜻깊은 일에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 동기인 홍혜인씨도 "내 목소리가 시각 장애인들에게 세상으로 통하는 길이 된다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하윤 지도교수는 "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 스스로 '대학생활 중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들이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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