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美日연합 부상…"日산업혁신기구+美브로드컴+KKR"

입력 2017-04-19 10:41
도시바 인수전 美日연합 부상…"日산업혁신기구+美브로드컴+KKR"

日정부 주도로 '미일연합'에 산업혁신기구·일본정책투자은행 등 참여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도시바(東芝)의 반도체부문 입찰에 일본 관민기구인 산업혁신기구(INCJ)를 축으로 하는 '미일 연합체'가 윤곽을 드러내며 유력한 인수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19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의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참여한 미국 반도체업체 브로드컴 진영에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도 합류하는 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중국이나 대만으로의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의향이 깊게 반영된 움직임이다.

이른바 미일연합체가 구체화되면 브로드컴이 우선협상자 선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된다.

입찰에서는 브로드컴과 미국 투자펀드 실버레이크파트너스 연합 외에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한국 SK하이닉스, 미국 반도체기업 웨스턴디지털 등 4개 진영이 남아 있다고 전해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이 주도해 혁신기구나 정책투자은행이 브로드컴 진영에 참가한다. 도시바메모리에 출자하는 형식이다. 게다가 미 투자펀드 KKR도 공동출자한다는 안이다.

구체화되는 미일연합체가 원만하게 작동해 유력한 인수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본의 일부 대형은행도 미일연합 진영에 대한 자금 지원 준비를 시작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번 입찰에서는 최대 인수가액인 3조엔(약 31조원)을 써낸 훙하이가 샤프,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애플에도 출자를 요구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대부분의 공장이 중국에 있는 훙하이에 넘어갈 경우 핵심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을 국가안보상 중요 기술로 규정, 외환법 등을 동원해 훙하이의 인수를 막을 태세다.



산업혁신기구 시가 도시유키 회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도시바메모리 출자와 관련, "회사에 팀을 만들어 공개정보를 바탕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응찰 검토를 시작했음을 공개했다.

시가 회장은 물론 엄격한 심사 방침도 덧붙였다. 언론들은 "풍부한 투자여력이 있는 혁신기구가 입찰에 참가하게 되면 매각 교섭이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일연합 움직임을 일제히 소개했다.

SK하이닉스도 훙하이나 미일연합에 맞서 일본에서 활동 실적이 풍부한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도시바와 합작해 욧카이치 반도체공장 운영에 참가해 온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양사가 합의하지 않은 제3자 매각 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어 매각작업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도시바나 일본 정부 등이 웨스턴디지털을 달래려 하고 있지만 "매각의 파란 요인"이라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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