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운동부 훈련비 줄여 교장실 집기 장만한 교장
돌봄예산 전용하고 배움터 지킴이 축구부 코치 시켜
충북교육청, 초등교장 각종 비위 확인…중징계할 듯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각종 규정을 무시하고 멋대로 학교 예산을 운용하는 등 '황제' 행세를 한 초등학교 교장이 충북도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19일 충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내부 고발로 전모가 드러난 A 교장의 부적절한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위촉한 학생 보호인력, 즉 배움터 지킴이를 학교·학생 안전과는 거리가 먼 축구부 코치로 활동하게 했다.
그해 5월 전국소년체전에도 배움터 지킴이가 코치 자격으로 축구부 학생들을 인솔해 출전했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한 이후에도 교장은 배움터 지킴이가 학교폭력 예방 업무를 전담하도록 조치하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이를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든 '학생보호 인력 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행위로 봤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초등 돌봄 예산의 용도는 정해져 있다. 쉽게 말해 초등생들을 위해 쓰라는 돈이다.
A 교장은 그러나 초등돌봄 예산으로 돌봄교실 운영 비품과 함께 교장실용 수납장도 구매토록 했다.
돌봄교실 비품 가격에 수납장 구입비를 숨겨 편성해 학교회계 서류에 이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지시했다.
2015년에는 청주시로부터 지원받은 초등 돌봄교실 운영사업 보조금으로 냉장고 등 교무실 비품을 구매해 사용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두 사례는 차례로 공립학교 회계 규칙과 지방재정법을 위반한 것이다.
A 교장은 지난해 학교기본운영비 중 전기요금 450여만원, 축구부 훈련비 560여만원을 추가경정예산에서 감액해 이 가운데 810여만원을 교장실 운영비품 예산으로 편성해 소파, 응접탁자 등을 들여놓는데 770여만원을 썼다.
또 2013년 사들여 내용연수 5년이 되지 않은 교장실 컴퓨터를 2년 만에 새것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교장실 컴퓨터를 교체하는 데는 엉뚱한 정보화실 운영 예산을 전용했다.
기존 교장실 컴퓨터는 2007년 구매해 내용연수가 3년이나 지난 교무부장 컴퓨터와 교체해 생색을 냈다.
비품 구입비 원가통계 비목이 아닌 교육운영비, 일반 수용비 등에서 교장실 등 3곳의 비품 10건 600여만원 어치를 구매하도록 지시하는 등 종합적으로 예산편성 매뉴얼을 어겼다.
근무시간 무단 외출, 지각, 상급기관장 사전 승인 없이 국외 자율연수·휴가 사용, 관외 출장일수를 축소한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 등 부당 행위도 잇따라 적발됐다.
A 교장은 교장직 대리 지정 없이 교감에게 인증서를 맡겨 수백 건의 공문과 회계문서를 결재하게 한 점도 드러났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A 교장에 대한 내부자 고발과 전화 제보에 따라 감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전교생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교장의 가장 중요한 직무인데 학생보호인력을 엉뚱하게 활용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이들을 위한 예산을 교장 자신을 위해 전용한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A 교장은 도교육청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중징계 받을 것으로 보인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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