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대립' 이란·사우디, 터키 개헌엔 한목소리로 지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의 각종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통령 권한을 강화한 터키의 개헌엔 한목소리로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터키의 개헌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17일(현지시간) 오후 낸 성명을 통해 "터키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개헌의 결과를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터키와 중동의 안정과 평화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터키가 특히 시리아 내전에서 이란과 대립하는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에 소속된 터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통치를 강화하는 개헌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았으나 간접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과 터키는 한일 관계와 같이 불편한 역사와 정치적인 대립 속에서도 지리적으로 가까워 경제적으로는 매우 밀접하다.
살만 사우디 국왕도 같은 날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국민투표 가결을 축하한다면서 "이번 개헌으로 터키가 더 안정되고 발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동에서 정치·외교적으로 대척점인 양강이 이런 비슷한 입장을 나타낸 것은 이번 개헌안이 비록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비판을 받을지라도 지역 현안에 영향이 큰 터키의 내·외치가 통제되는 편이 자국에 이득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에르도안 정권이 대체로 미국과 사우디 진영에 속하면서도 반대쪽인 러시아와 이란을 적대하거나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으면서 '적을 만들지 않는' 모호한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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