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깨끗하고 소신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대죠"
5월 세종문화회관 공연 간담회…"진실하게 살며 진실하게 음악할 것"
"대중의 애환 담은 가사 좋아해…들국화 재결합은 아직"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깨끗하고 남의 말 많이 안 하고 소신 있는 지도자라면 (사람들이) 좋은 면을 닮아가게 돼 있어요. 토론회 등에서 머리 쓰는 사람을 보면 재미가 없어요."
가수 전인권(63)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정동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대선을 앞두고 어떤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겨울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집회 무대에 세 차례 올라 노래로 민심을 응원하고, 대선 직전인 5월 6~7일 광화문광장 인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그이기에 나온 물음이었다.
이번 공연의 타이틀은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서 전화가 왔다"며 "(서울시청앞 서울도서관 외벽에 거는 꿈새김판)에 이 문구를 써도 되느냐고 묻길래 된다고 했더니 2~3개월간 붙여두더라. 좋은 말인가 보다 하고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시국을 거치며 음악적인 방향에 변화가 생겼는지 묻자 "방향은 하다 보면 생기는 것"이라면서도 세계적인 가수가 되기 위해 집에 연습실을 차리고 매일 연습한다고 강조했다.
"진실하게 살고 진실하게 음악을 해볼 생각"이라는 그는 자신의 '새로운 꿈'으로도 세계 진출에 이어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교 시절 그림에 빠져 1학년 때 중퇴를 했다. 그림만 그리고 싶다는 그에게 선생이 공부해야 한다고 하자 몇 대 맞고서 그 길로 그만뒀다고 한다.
그는 "데생은 얼굴의 비례, 그 특징을 빨리 잡아내는 게 중요한데 져본 적이 없다"며 "내 자신감의 일부도 그림이었다. 손녀 둘이 있는데 나중에 대형 벽화를 그려주고 싶다. 과거 23살 때 대구에서 벽화를 그린 적이 있는데 그 집이 이후 굉장히 잘 됐다"고 웃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가 몸담은 들국화 시절의 명곡부터 솔로곡, 전인권밴드의 곡을 아우른다.
1985년 전인권이 최성원(베이스), 故허성욱(키보드), 故조덕환(기타), 故주찬권(1집에서 세션이던 주찬권은 2집부터 정식 멤버가 됐다.)과 결성한 들국화의 음악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곡들이 많았다.
그는 "'블로윈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등 밥 딜런의 가사는 시적이고 교육적"이라며 "난 대중의 애환을 담은 가사를 좋아한다. 무대에서 노래로 그 애환을 같이 얘기할 수 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들국화는 '그것만이 내 세상', '행진' 등의 명곡을 냈지만 1995년 3집 '우리' 이후 한동안 멈춰 섰다. 그러나 18년 만에 다시 모여 2013년 새 앨범 '들국화'를 냈지만 주찬권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이 앨범이 마지막이 됐다. 이후 전인권은 전인권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다.
불화설이 불거졌던 최성원과 들국화의 재결합을 기대할 수 있는지 묻자 주찬권이 떠난 뒤 연락한 적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성원이와는 싸울까 봐 연락을 안 했어요. 그래서 들국화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말 못해요. 만약에 최성원이 난처한 일에 빠져 (재결합이) 도움이 된다면 들국화로만 뭉칠 게 아니라 전인권밴드와 어울려 할 수도 있죠. 지금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 안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들국화에 앞서 1979년 그룹 '따로또같이'로 데뷔한 그가 40년간 생명력을 유지한 것도 결국 '음악'이었다.
그는 "(마약으로) 1년 4개월간 요양원에서 생활했다"며 "그땐 죽고 싶었다. 죽어도 된다고 여긴 건 5년 만에 한 번씩 히트곡을 냈는데 그 히트곡이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죽기가 어렵더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것만이 내 세상'과 '행진'을 불렀을 때 많은 음악인이 걱정했다. 다음 곡이 나오겠느냐고"라며 "이후 '사랑한 후에'와 '돌고 돌고 돌고'가 히트했다. 그리고 '걱정말아요 그대'가 사랑받았고 요즘은 '걷고 걷고'란 노래가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게스트는 SBS TV 'K팝스타 5' 준우승자인 안예은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 전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던 전인권은 "내가 안 씨를 좋아하나 보다"며 한 번 만난 적이 있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처럼 완벽주의자들은 암 수술을 하고 나오자마자 간호사의 명찰이 비뚤어진 걸 신경 썼다고 한다"며 "안철수란 사람도 잡스처럼 완벽증을 갖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얘기가 안 통할 수 있지만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대충 넘어가면 발전하지 못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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