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는 메모지·필기구"…대선후보들, TV토론 비상

입력 2017-04-18 12:48
수정 2017-04-18 15:21
"무기는 메모지·필기구"…대선후보들, TV토론 비상

공통질문 1분 답변후 9분씩 난상토론…'난타전' 대비에 부심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박수윤 이슬기 박경준 최평천 기자 = 대선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8일 각 당의 대선후보가 전국을 누비는 동안 후보 진영의 토론 준비팀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두 번째 대선후보 TV 토론 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중앙선관위 주최 토론회와는 별도로 KBS가 주최하는 이번 토론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스탠딩 토론' 형식인 데다 별도의 자료 없이 메모지와 필기구만 갖고 토론을 해야 해서 더 각별한 준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30초씩 인사말을 하고 나면 교육·경제·사회·문화 분야 공통질문에 1분간 답변한 후 바로 9분짜리 난상토론으로 들어가는 이번 토론회는 그만큼 후보의 역량이 고스란히 성적표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은 토론에서 나올 법한 현안과 공약을 총정리한 다음 세부 전략을 논의 중이다.

대선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쪽 토론을 준비했던 김성수 의원까지 결합해 토론준비 역량을 보강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우상호 원내대표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첫 TV토론에서 점수를 못 딴 후보 측이 거세게 달려들 것"이라며 "이를 여유 있게 방어하고 준비된 정책적 능력을 보여 비교우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공약 이해도는 걱정할 것이 없다는 판단 아래 '열린' 형태로 벌어지는 토론회에서 거칠게 설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경민 선대위 방송콘텐츠 공동본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후보의 문제점은 다 파악하고 있지만 문 후보가 '포지티브'한 정책 대결에 주력해 온 이상 어느 정도를 직접 언급할지는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측은 1차 TV토론 때 후보의 역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판단 아래 절치부심하고 있다.

일단 목소리 톤과 표정 등 감성적·비언어적 부분을 보완해 풍부한 콘텐츠가 제대로 전달되게 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안 후보 측은 토론자들 사이에 '말 끊기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토론 방식도 큰 변수라 보고 치밀하게 전략을 짜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다른 사람의 말을 끊는 데 능숙하지만 안 후보는 예의 바른 언어습관이 배어있다"며 "어떻게 토론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준비는 경향신문 기자 출신의 이용호 TV토론단장이 지휘한다. 유세 일정이 촘촘한 가운데서도 안 후보와 짬짬이 리허설을 해왔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측은 첫 TV토론 후 수차례의 평가회의를 열고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홍 후보가 현안 관련 즉문즉답에 능했기 때문에 미리 질문과 답변이 정해지지 않은 자유형식 토론에 자신 있다는 반응이다.

대선기획단 TV토론팀장인 민경욱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번에는 다른 후보들이 홍 후보를 너무 경계해 말을 시키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9분씩 시간이 주어지니 장점을 내보일 판이 준비됐다"며 "준비된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너무 직설적이고 강한 표현을 쓴다는 평가도 있지만 뒤집어 보면 장점"이라며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즉답이 나오는 개성과 캐릭터는 바꿀 수 없어서 그대로 가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리허설은 한국당 의원들이 대역을 맡아 하고 있다. 주로 염동열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과 김종석·민경욱·강효상·유민봉 의원 등이 함께 준비 중이다.

바른정당은 TV토론이 아직 지지율이 낮은 유 후보를 대중에게 알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험 등을 통해 축적한 정책 능력과 내공을 마음껏 표출하는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종훈 선대위 정책본부장과 KBS 기자 출신인 신성범 전 의원이 돕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따로 리허설도 하지 못하고 후보 스스로 거의 모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후보가 논리정연하고 현안을 워낙 잘 꿰뚫고 있어 대본을 외우거나 '벼락치기'를 필요가 없다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유 후보 측은 1차 토론에서의 활약 이후 후보에 대한 관심이 늘고 현장 분위기도 좋아지는 등 토론 효과가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종훈 정책본부장은 "내일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세 번째, 네 번째 토론부터는 식상해지기 때문에 앞부분에 하는 토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측은 이번 TV토론에서 세부적인 정책 내용보다는 상대 후보의 국정 운영 능력과 리더십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심 후보의 TV토론 준비를 총괄하는 박원석 공보단장은 "심 후보는 문 후보를 '모든 것이 모호한 후보'로 규정하며 책임성을 묻고, 안 후보를 겨냥해서는 '사람이 없는 정책'을 내세운다며 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지난 토론 때 문재인 후보가 (심 후보와) 방향이 같다고 했지만, 전혀 다르다"며 "이번 토론에서는 개혁 적임자로서의 심상정의 차별화된 비전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심 후보 측은 TV토론을 위해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등 경제·복지·노동 분야 전문가와 함께 심 후보의 공약을 점검하고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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