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 사태 겪은 美일리노이, 승객 강제퇴거 금지입법 추진

입력 2017-04-18 14:19
유나이티드 사태 겪은 美일리노이, 승객 강제퇴거 금지입법 추진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탑승객 강제퇴거 사태의 불똥이 사태 발생지인 시카고 시와 일리노이 주 법으로 옮겨붙었다.

17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의회는 주 정부 또는 산하 지방정부 소속 직원이 항공기에서 탑승객을 강제로 퇴거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일리노이 주가 유료 탑승객을 일방적 결정에 의해 내리게 할 수 있는 약관을 가진 항공사와 사업관계 맺는 것을 막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기 탑승객 보호법'(The Airline Passenger Protection Act)으로 이름 붙은 이 법안은 지난 9일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유나이티드항공 탑승객 강제퇴거 사태를 계기로 일리노이 주의회 피터 브린(공화) 하원의원이 발의했다.

이 법안은 비상상황이나 심각한 소동 발생, 탑승객 본인과 타인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행위가 없는 한 탑승객을 기내에서 내쫓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일리노이 주가 자사 직원을 태우기 위해 유료 탑승객을 내리게 할 수 있는 등의 약관을 가진 항공사를 이용하거나 그런 항공사와 사업 또는 투자하는 것을 금하도록 하고 있다.

법안에는 "민간 항공사가 정당하게 자리에 앉은 고객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퇴거시킬 수 있다면 항공사와 탑승객 간의 신성한 신뢰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돼있다.

브린 의원은 "유나이티드항공의 승객 처우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또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 사태에는 유나이티드항공과 시카고 시, 일리노이 주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반영돼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거대 항공사 유나이티드는 시카고발 켄터키 주 루이빌행 여객기에 탑승해있던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69) 박사에게 자발적 좌석 포기를 강요하다 수용되지 않자 공항 경찰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끌어내렸고. 이 과정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되면서 세계적인 공분을 샀다.

다오 박사는 강제퇴거 과정에서 코뼈와 앞니 두 개가 부러지고 뇌진탕을 입는 등 상상 밖의 변을 당해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항공사 약관과 고객 서비스 정책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또 거친 시카고 경찰 문화도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14일 승무원 탑승 예약 등 일부 약관을 변경하겠다고 밝혔으며, 시카고 시는 당시 다오 박사를 끌어내린 공항 경찰 3명을 휴직 조치하고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한편 다오 박사는 개인 상해 소송 분야 막강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유나이티드항공과 시카고 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변호인단은 소송 준비 단계로 일리노이 주 법원에 기내 감시카메라를 비롯 유나이티드항공 3411편 사태 증거물에 대한 보전 신청을 냈으며, 유나이티드 항공과 시카고 시가 이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17일로 예정됐던 사전 심리는 열리지 않았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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