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우선·환경뒷전은 '그만'…베트남, 12조원 철강공장 '제동'
대형 해양오염사건 계기 규제·단속 강화…"한국기업 친환경 설비·운영 신경써야"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베트남의 경제 정책이 국내외 투자 유치를 통한 개발 일변도에서 환경 보호도 중시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 신규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한국 기업들이 이런 정책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불이익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최근 호아쎈 그룹의 대규모 철강공장 건설 계획을 잠정 중단시키고 사업성과 환경 평가를 면밀히 하도록 관할 지방정부에 지시했다.
호아쎈 그룹은 베트남의 철강업체로, 베트남 중남부 닌투언 성에 106억 달러(12조204억 원)를 투자해 연간 1천600만t의 철강생산 공장을 세우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리가 직접 특정 사업의 재검토를 지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지난해 베트남 사회를 흔든 '포모사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작년 상반기 하띤 성과 인근 꽝빈 성, 꽝찌 성 등 베트남 중북부 해안에서 물고기와 조개 등이 폐사해 수산물 공급이 중단되고 관광객도 끊기는 역대 최악의 해양 오염 사건이 일어났다.
베트남 정부의 조사 결과 대만계 포모사 하띤철강의 폐수 방류가 원인으로 드러났다. 피해 지역은 물론 수도 하노이와 남부 호찌민 등 전국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이 대만 업체는 5억 달러(5천672억 원)의 피해 배상금을 내놨지만, 오염 지역의 원상회복에는 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인식 수준도 높아졌다.
베트남 정부는 이후 환경오염 행위에 대한 최대 벌금을 기업 20억 동(1억 원), 개인 10억 동(5천만 원)으로 세분화하는 등 환경 규제를 정비하며 불법 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환경 보호 법제를 벤치마킹하며 세계은행 등의 자금 지원을 받아 수질과 대기 질 자동측정망도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굴뚝 산업'으로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활발한 직물·염색·의류 업종의 환경 설비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정건영 한베환경산업협력센터장은 "경제 개발에 밀려 느슨했던 베트남의 환경 규제가 포모사 사태 이후 엄격해지고 있다"며 "외국 투자기업에 대한 단속도 늘어나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처음부터 환경 설비를 제대로 갖추고 공장을 운영해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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