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헤인즈 vs 주희정 '누가 진짜 코트의 여우냐'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스포츠에서는 '속임수'를 잘 쓰면 좋은 선수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물론 속이는 대상이 상대 선수냐, 심판이냐에 따라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17일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이 사실상 한 번씩 '여우짓'을 했다는 평이 나왔다.
오리온에서는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36), 삼성에서는 최고참 가드 주희정(40)이 '코트의 여우'가 됐다.
먼저 헤인즈는 오리온이 73-66으로 앞선 경기 종료 1분 30초를 남기고 골밑에서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효율적으로 봉쇄했다.
주희정이 골밑의 라틀리프에게 패스하는 과정에서 헤인즈가 왼손으로 라틀리프의 허리를 잡아당기는 듯한 장면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헤인즈 탓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결국 라틀리프는 주희정이 패스한 쪽으로 이동하지 못했고 이 공을 오리온 이승현이 가로채 허일영의 속공으로 연결했다.
만일 이것이 반칙으로 지적됐다면 삼성이 자유투 2개를 얻어 5점 차까지 추격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허일영의 속공으로 연결되면서 9점 차로 벌어졌다.
삼성은 70-75로 뒤진 종료 30초를 남기고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 상황에서 주희정이 오리온 문태종의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U파울)을 유발해냈다.
문태종이 돌파를 시도하는 주희정의 앞에서 손을 한 차례 내저었고 주희정은 몸을 뒤로 젖히며 반응했다.
이 결과로 삼성에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이 주어졌고 이론적으로는 여기서 자유투를 다 넣고 이어진 공격에서 3점포를 터뜨렸더라면 동점까지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중계 화면상으로는 문태종과 주희정 사이에 접촉이 발생했는지가 명확히 나오지 않아 논란이 생겼다.
두 장면 모두 딱히 '반칙이다, 아니다' 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애매했지만 그만큼 묘한 상황이라 경기 종료 후 팬들의 찬반양론이 뜨겁게 맞붙었다.
사실 이런 플레이들은 그만큼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 나온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이날 헤인즈는 삼성의 추격이 거셌던 4쿼터 종료 1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실책 2개를 저질렀고, 주희정 역시 자유투 2개 가운데 1개를 놓치는 등 40세 나이에 35분 넘게 뛴 체력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두 팀의 운명이 결정되는 19일 5차전에서는 장면 하나하나마다 양쪽 벤치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 틀림없다. 5차전이 끝난 뒤 웃고 있을 '여우'는 어느 팀 유니폼을 입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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