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국, 나치수용소 발견 2년반전에 홀로코스트 범죄 알아
유엔 전쟁범죄위원회 문서 70여년만에 공개
이미 200만명 학살된데 이어 500만명 추가 학살될 위험 알고도 구조 노력 안해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국, 영국, 소련 등 2차 대전 당시 연합국들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량 학살 사실을 당초 알려진 것보다 2년 반 쯤 미리 알았으며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를 전범재판에 회부할 준비를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국들은 그러나 국내 사정 등을 이유로 별다른 유대인 구제 계획은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유엔이 70년 만에 공개한 전쟁범죄위원회(UNWCC) 문서에서 밝혀진 것으로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8일 보도했다.
유엔 문서에 따르면 3개 연합국 정부들은 이미 1942년 12월 경 최소한 20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됐으며 추가로 500만 명이 학살 위험에 처해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이들 정부는 학살 위험에 처한 유대인들을 구조하거나 피난처를 제공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1943년 3월 영국 윈스턴 처칠 내각의 전쟁장관이던 크랜본 자작은 영국이 이미 난민들로 넘쳐나고 있는 만큼 더는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유대인을 특별 대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간 '히틀러 이후 인권'의 저자인 댄 플레시는 인디펜던트에 "연합국들은 대체로 알려진 것보다 2년 반 전 유대인 대량 학살을 언급했다"면서 "일반적으로 나치 수용소가 발견되면서 대량 학살이 밝혀진 것으로 돼 있으나 이미 1942년에 (정부들 간에) 학살이 공개 언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 SOAS 대학 국제외교학 교수인 플레시는 또 연합국 측이 수용소 탈출자와 독일 점령국 저항군(레지스탕스)의 증언을 토대로 전범죄 기소를 준비해왔다면서 이 중에는 히틀러를 전범죄로 기소하는 1944년 문서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앤터니 이든 외교장관도 1942년 12월 의회에서 히틀러 정권에 의한 유대인 학살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레시 교수는 이러한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연합국 측은 전후 학살 관련자들의 처벌에 소극적이거나, 위험에 처한 유대인들을 구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 대통령의 UNWCC 대표였던 허버트 펠은 미 국무부 내에서 반유대주의자들에게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연합국 측이 나치 학살 관련자들의 처벌에 소극적이었던 데 대해 당시 국무부 관리들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 관련자 처벌을 강행할 경우 전후 미국과 독일 간 경제관계가 손상될 것을 우려했다고 펠은 주장했다.
그러나 펠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결국 국무부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나치 지도부를 처벌하는 데 동의했다고 플레시 교수는 밝혔다.
플레시 교수는 당시 미국과 영국 정책입안자들이 전후 독일 재건에 필요하고 또 당면한 공산주의에 대처하는 데 필요하다는 이유로 나치 지도부에 대한 처벌을 축소하려 했다고 밝혔다.
UNWCC의 문서들은 지난 70년간 학자들에게 접근이 차단돼왔으나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노력으로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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