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전쟁' 5월 황금연휴 "우리에겐 그림의 떡"
선관위·지자체·경찰 공무원, 사전투표(4∼5일) 등 선거 준비로 분주
일부 해외여행 상품 취소 사례도…"장미구경 못 하지만 공무원 본연 역할하겠다"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국내외 여행 상품 판매가 급증할 정도로 일반 직장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5월 황금연휴가 '그림의 떡'인 직종이 있다.
매년 연휴와 무관하게 생업 전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직원들에게는 올해 황금연휴가 '먼나라 얘기'다.
특히 올해는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면서 선거 관련 종사자들은 황금연휴에 더 바빠지게 됐다.
선거결과가 본인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대선 캠프 관계자들은 당연히 연휴를 '반납'하고 있고, 선거관리위원회와 지자체 선거담당 공무원들도 황금연휴를 즐기지 못하게 됐다.
황금연휴가 막바지 선거운동 기간과 겹친데다 5월 4∼5일이 사전투표 날 이어서 이들의 출근은 기본이다.
사전투표소는 광주 95곳, 전남 297곳이 마련됐으며 투표소 한 곳당 공무원 5명가량이 투입된다.
하루 사전투표소에 투입되는 인원만 광주 500명, 전남 1천500명가량에 달한다.
여기에 지원 인력까지 더하면 선관위, 지자체, 경찰 등 광주·전남에서만 공무원 수천명이 근무해야 한다.
일부 대기업이 5월 2, 4일을 또는 5월 2, 4, 8일을 각각 권장 휴무일로 지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희비가 교차한다.
대기업 직원들은 4월 29일부터 5월7일 또는 5월9일(대선)까지 최장 9일에서 11일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공무원은 조기 대선을 예측하지 못하고 해외여행을 예약했다가 취소한 사례도 있다.
광주 일선 지자체 공무원은 18일 "올해 초 아내, 초등학교 2학년 딸과 해외여행을 예약했는데 대선이 조기에 치러지는 바람에 연휴 동안 근무해야 할 것 같아 '울며 겨자 먹기'로 예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광주 일선 경찰은 "경찰 공무원으로서 국가적으로 중대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외여행 가는 것이 눈치 보여 연휴 동안 1박 2일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 선거담당 공무원은 "사전투표가 끝나면 본 투표를 준비해야 하므로 이번 황금연휴가 공무원들에게는 가장 바쁘고 긴장되는 나날이 될 것"이라며 "대선 후보들의 '장미전쟁' 덕분에 황금연휴 동안 장미구경은 못 가지만 주민들이 대한민국을 훌륭하게 이끌 지도자를 제대로 뽑을 수 있도록 뒷바라지한다는 심정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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