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행사 안해…재입찰 촉구"(종합)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8일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며 공정한 재입찰을 촉구했다.
박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에는 컨소시엄을 허용하고, 우선매수권이 있는 금호아시아나에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17일 최종 통지해왔다"며 "이러한 부당하고 불공정한 매각 절차에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으며 우선매수권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계속 불허하자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개인자격'으로 보유하기에 제3의 기업과 컨소시엄 구성은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이 실제 금호타이어를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라 좀 더 시간을 갖고 기회를 노리겠다는 뜻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박 회장도 보도자료에서 "현재 진행 중인 부당하고 불공정한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를 즉시 중단하고 금호타이어 매각을 공정하게 재입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법적인 소송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를 검토했지만, 금융권을 상대로 한 소송은 이번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러한 부당하고 불공정한 매각이 진행돼 금호타이어의 기업가치와 성장이 저해되는 경우에는 법적인 소송을 포함하여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의 이러한 공식 입장은 법률적, 정치·경제적으로 여러 가지의 변수를 최대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매각하려는 금호타이어 주식은 6천636만여주(지분율 42.01%), 9천550억원어치다.
채권단이 20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거래를 시작하면 3개월 이내에 대금을 치르고 마무리할 수 있고, 정부승인과 관련해서 1개월, 또 채권자의 요청으로 1개월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기간에 금호타이어가 중국업체로 넘어가는 데 대해 금호타이어 임직원과 협력 업체가 반대하는 것은 물론, 대선을 치르고 난 뒤 정부 차원에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가뜩이나 국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고 대선 후 총리,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산업은행장까지 줄줄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더블스타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금을 치르고 거래를 종료하면 박 회장에게 기회가 안 돌아올 수도 있다.
금호 상표권 문제도 박 회장의 '회심의 카드'가 될 수 있다. 상표권은 금호산업에 있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에 작년 가을 물어봤을 때 2017년 5월부터 5년간 상표권을 허락한다는 공문을 회신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합리적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상표권 사용을 허여할 의사가 있다고만 했지, 실제 허락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금호타이어는 그동안 연간 매출액의 0.2%, 약 60억원을 상표권 사용료로 지급했으며, 매년 1년 단위로 상표권 사용 계약을 갱신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금호 상표권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지금 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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