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더 걷힐 때 지출억제…재정여력 확보해야"[조세재정硏]

입력 2017-04-18 06:31
"세금 더 걷힐 때 지출억제…재정여력 확보해야"[조세재정硏]

"경기대응적 재정정책이 경기진폭 줄이고 성장에 긍정적 역할"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지난해 국세 수입은 242조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4조7천억원 증가했다. 추가경정예산안 대비로도 무려 10조원 가량 더 걷혔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수 결손을 기록하자 정부가 세수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은 데다 기업 실적 증가, 부동산 시장 호조 등으로 실제 세수입이 당초 전망에 비해 크게 늘어난 측면도 있다.

당장 초과세수 현상이 나타나자 지난해 말 정치권을 중심으로 조기 추경편성론이 제기됐다.

최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잠잠해졌지만 일부 대선주자들은 새정부 출범 후 추경 편성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세금이 필요 이상으로 잘 걷힐 때 선심성으로 세금을 인하하거나 지출을 늘리기 보다는 재정여력을 확보해야만 우리 경제 성장과 재정건전성에 도움이 된다는 국책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최승문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7일 재정포럼 최근호에 실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재정정책의 경기대응성 추정 및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경기가 좋으면 개인과 법인 소득이 늘고 자산가치가 높아지면서 세수가 증가하게 된다. 동시에 실업급여, 기초생활보장과 같은 정부지출은 줄어들게 돼 재정수지(세입-세출)는 좋아진다. 불황일 경우에는 반대로 재정수지가 악화된다.

보고서는 경기가 호황일 때 정부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늘려 경기과열을 방지하면서 재정여력을 쌓아두고, 불황일 때는 정부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여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바람직한 재정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경기대응적(countercyclical) 재정정책이라고 하는데 경기변동의 폭을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반면 경기가 호황일 때 늘어난 세수를 차지하기 위해 각 집단이 경쟁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부지출이 늘어나는 경우를 경기순응적 재정지출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OECD 35개 회원국의 2001∼2015년 재정수지 등을 토대로 경기대응성을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재정정책의 경기대응성이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은 나라에서는 재정정책이 경기대응적이 아니라 경기순응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즉 경기가 좋을 때 재정여력을 쌓지 못하고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 향후 경기가 어려워졌을 때 재정정책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분석 결과 경기대응적인 재정정책은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여 경기를 안정화시키고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국가채무 증가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과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국가재정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국가채무 증가를 억제하고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선심성으로 세금을 인하하거나 지출을 늘리는 경기순응적 재정정책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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