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턴 죽음의 비밀은…황당무계한 의료의 흑역사

입력 2017-04-18 08:35
조지 워싱턴 죽음의 비밀은…황당무계한 의료의 흑역사

신간 '새 부리 가면을 쓴 의사와 이발소 의사'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업적은 익히 들었지만, 그의 죽음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는 무지한 의사들의 손끝에서 세상을 떠났다.

1799년 12월 14일 새벽 워싱턴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자, 당시 미국에서 가장 명망 있던 의사 세 명이 호출됐다. 가장 먼저 도착한 의사는 병세를 살피더니 두 차례에 걸쳐 1천770㎖가량의 '나쁜 피'를 뽑았다.

두 번째 의사가 오더니 950㎖의 선혈을 더 뽑아냈으며, 그래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세 번째 의사는 다시 1ℓ가 넘는 피를 뽑았다. 결국, 워싱턴 대통령은 병명도 모른 채 발병한 지 10시간 만에 몸속 혈액의 절반 이상을 채혈 당한 뒤 사망했다.

미국 20대 대통령인 제임스 가필드의 죽음도 그 못지않게 황당하다.

1881년 가필드 대통령은 연설하러 가던 중 저격을 당했는데 총알 한 발은 팔을 관통했고 다른 한 발은 등에 박혔다. 열 명 가까운 의사들이 진료에 나섰는데 대다수가 소독도 하지 않은 손가락으로 총알을 끄집어내려 했고, 가필드 대통령은 결국 상처 감염으로 사망했다.

신간 '새 부리 가면을 쓴 의사와 이발소 의사'(시대의창 펴냄)는 황당무계하면서 잔혹하기 짝이 없는 의료 역사의 뒷얘기를 흥미 있게 풀어냈다.

저자는 대만에서 이름 있는 작가 반열에 오른 심장외과 전문의 쑤상하오. 이 책으로 지난해 대만 출판계에서 최고의 영예로 여기는 금정상을 받았다.

19세기까지도 수술은 서커스나 다름없는 큰 구경거리였다.

중국 광둥에 살던 후루라는 30대 남성은 아랫배와 허벅지 근처에 120㎝의 희귀한 종양이 있었는데, 1831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저명한 외과 의사의 수술을 받게 됐다. 소문이 나면서 수술실에는 680명이 표를 사서 입장을 했고 병원 밖은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후루는 위스키를 몇 모금 마신 뒤 수술대에 꽁꽁 묶여 수술을 받았는데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러대다 결국 사망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상사병이 치질과 관련 있다고 생각해 환자의 치질 부위에서 피를 뽑았으며, 서양에선 중세 이후 18세기까지도 미라를 갈아서 만든 분말이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인류는 6천 년 전 늑대의 이빨을 의치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19세기 도굴한 시체나 전사한 병사들의 이빨은 중요한 의치의 공급원이었다.

의료의 흑역사는 끝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책은 단순히 의료 역사의 치부를 들춰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어리석고 끔찍한 시행착오들이지만 의학의 발전을 가져오는 밑거름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우리가 300년 전 의료 행위를 바라보는 것처럼 300년 뒤 후손들도 현대 의학을 황당하게 여기지 않겠느냐고 되묻는다.

김성일 옮김. 344쪽. 1만6천500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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