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라고 방콕족' 트럼프…北도발 주말도 이틀간 골프
활발한 대외접촉 전임자들과 대조적…이것도 워싱턴 관행 깨기?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취임 초기 활발한 국내외 접촉으로 정책 알리기에 나섰던 전직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의 '방콕족(homebody·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 기질을 보인다고 미 언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85일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백악관 아니면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보냈다.
미시시피 강 서쪽으로는 가본 적이 없으며, 7개 주의 공식행사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국외 일정으로는 다음 달 벨기에 브뤼셀과 이탈리아 방문이 첫 해외순방이다.
이는 전직 대통령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4월 중순까지 무려 23개 주를 돌아다녔으며, 캐나다를 방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비슷한 시기에 이미 3개 국가를 방문했으며, 9개 주의 공식행사에 참석했다.
대부분의 대통령은 새 행정부가 출범할 때 대중이 갖는 낙관적인 분위기를 이용하고자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핵심 국정과제를 알린다. 여기에는 각 지역구 의원에게 유·무언의 압력을 가해 협조를 끌어내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테네시, 켄터키 등 자신에게 우호적인 3개 주에서 소규모 정치 집회에 참석했을 뿐이다.
이 밖에 버지니아, 플로리다 등 2개 주의 군사기지를 방문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주의 항공우주·자동차공장 등을 찾아가는 데 그쳤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여행을 할 때마다 (대통령은)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며 "시간은 그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그의 시간을 활용할 때는 매우 영리하게 아껴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행동은 이러한 설명과도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의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6차 핵실험 가능성이 고조된 14일과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연속 플로리다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즐겼다.
비록 실패했지만 북한이 실제 미사일 발사까지 했던 15일에도 발사 몇 시간 전까지 골프를 즐겼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이때 트럼프 대통령을 동행한 것은 몇몇 보좌관뿐이었다. 평소 활발하던 트위터 활동까지 거의 없던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은 산들바람이 부는 상쾌한 봄 날씨를 만끽하며 골프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은 꼬집었다.
부시 전 대통령의 공보실장이었던 애리 플라이셔는 "대통령으로서 당신은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알리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핵심 정책을 알리고 납득시키기 위해 그의 권한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퍼듀대학의 제임스 맥캔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널리 돌아다니며 대중에게 정책을 알리는 전직 대통령들의 관례마저 깨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지역구인 위스콘신 주 공장을 방문하고, 28일에는 대선 때 그를 지지했던 미국총기협회(NRA)의 애틀랜타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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