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3분거리, 휠체어로 22분간 6개층 오르내려" 환승 수난기
가산디지털단지역 1→7호선 환승, 휠체어로 7배 더 걸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걸어서 3분 거리를 22분간 6개층을 오르내리고 역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면 진이 빠진다.
휠체어로 가산디지털단지역 1호선(구로역 방면)에서 7호선(남구로역 방면)으로 환승하고 난 소감이다.
협동조합 무의는 18일부터 휠체어로 서울 지하철 14개 코스를 환승한 후기를 환승지도와 함께 소개한다.
보호자와 동행한 11세 여자 어린이(A), 17세 여성(B), 22세 외국인 남성(C) 시각에서 평가한 것이다.
이들이 평가한 점수는 5점 만점에 평균 2점이다. 외국인 C씨 점수는 1.7점으로 가장 낮았다.
가산디지털단지역은 걸어서 환승할 때와 보행약자 환승시 걸리는 시간 차이가 7배가 넘는 역이다.
휠체어로 환승하려면 1층-2층-1층-지하1층-지하2층-지하3층을 지나야 한다.
개찰구를 통과하고서는 역 밖으로 나가야했다. 오가는 사람이 많은 인도를 따라 긴 거리를 돌아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야 7호선 대합실에 들어갈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앞 경사로가 가팔라서 오르기 힘들었다. 그로부터 엘리베이터를 두 번을 더 타야 7호선 승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B씨는 먼 거리를 오느라 지친데다 7호선 대합실은 엘리베이터가 찾기 힘든 곳에 있는데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아 화가 났다.
외국인인 C씨는 다른 어려움에 마주했다. 1호선 승강장에 환승 안내가 한글뿐이었다.
협동조합 무의는 계원예대 학생들과 함께 지하철역 휠체어 환승 프로젝트를 한 뒤 올해 초 휠체어 환승 지도(www.wearemuui.com/kr/specialproject)를 발표했다. 무의는 "장애를 무의미하게"를 내세운 장애인 여행콘텐츠 제작전문 협동조합이다.
이번에는 자세한 환승 경험담을 공개해 휠체어 지하철 이용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지하철 운영기관에 구체적 제안을 한다.
가산디지털단지역에는 환승 구간 여기저기에 통일된 환승 안내문을 붙이고 개찰구에 역무원을 부를 수 있는 버튼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또 역 외부에도 안내 표지판을 부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번 출구로 가서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라고 역무원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더라도 역 밖으로 나가면 2번 출구를 찾기 힘든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에는 서울역 4호선(회현방면)에서 1호선(남영방면) 환승 후기가 올라온다.
이 곳도 지하철 이용 앱에서는 3분으로 나오지만 휠체어로는 20분이 걸린다.
이용자들은 역시 표지판이 제대로 돼 있지 않고 경사로가 가파른 점을 지적했다.
B씨는 환승 표지판이 천장에 있어 보기 힘들고 경사로가 가팔랐다고 말했다.
1호선 대합실에서 승강장으로 가는 길에는 안내 표지판이 동선에 맞지 않는 곳에 있는 탓에 엘리베이터를 찾기 어려워서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무의 홍윤희 이사장은 "다만 개인적인 경험이므로 일반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작년 8월에 조사한 결과이므로 지금은 달라졌을 수 있다"고 단서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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