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일단 단결 다짐하지만…어수선한 선거전 돌입
선거비용 부담·연대론 이견에 일부 '유승민 후보사퇴' 요구도
劉지지율 반등 없다면 당내 전면전 비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류미나 기자 = 바른정당이 17일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했지만, 내부 분열상 속에 어수선한 분위기다.
유승민계와 비(非)유승민계 간 불신 속에 일부에서는 유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올 정도로 대선 선거전 초반 당력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오전 인천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유 후보와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대선 출정식을 하고 단합과 필승 결의를 다졌다.
김 위원장은 "온몸을 던져 뛰어줄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고 주 원내대표도 "유 후보가 반드시 당선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여타 정당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다른 정당들은 선대위원장 주재 회의를 열어 고공전을 펼치고 후보와 별개로 지역 유세에 나섰지만, 바른정당은 출정식 외에 지도부 차원의 당 회의나 유세를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후보와 지도부 간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양상은 지난 1월 말 '새로운 보수의 적자'를 기치로 출범한 당이 좀처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채 대선 이후 소멸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감 속에 그동안 잠복한 갈등 요인들이 한꺼번에 분출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외견상 유 후보를 향한 불만은 2% 전후의 낮은 지지율과 함께 현장에서의 선거운동에 필요한 당 차원의 준비 미비에 대한 성토가 주류를 이룬다.
빠듯한 자금난 탓에 지역별로 유세차를 배치하는 것은커녕 현장의 선거자금마저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데 도대체 선거운동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 한 의원은 "유세와 선거운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역별 당원협의회에서 해결하라는 식"이라며 "소속 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전화 한 통도 없이 알아서 하라는데 누가 움직일 의지가 생기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근저에는 유승민계와 비유승민계 간 깊은 불신이 작용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 후보가 대선후보 선출 이후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 분명한 선을 긋고 자력갱생, 독자노선 의지를 천명했지만 비유승민계 일부에서는 당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입지 구축만 노린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하면 대선 이후 당의 활로를 모색하기 쉽지 않다는 비관론 속에 차라리 다른 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도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유 후보 측은 빠듯한 자금 사정 때문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는 것인데 마치 유 후보가 개인적 야심을 위해 선거전 지원에 소극적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선 후 선관위의 선거비용 보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세차나 공보물 등 경비를 최소화하고 있음을 잘 알면서도 후보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유승민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 뒤 지지율 반등 등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단일화나 후보직 사퇴 등 극약 처방을 공론화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여전해 나온다.
그러나 유 후보가 반대할 경우 단일화나 후보직 사퇴가 성사되지도 못한 채 당내 분란만 키우고, 자칫하면 2002년 대선 때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했다가 비판론에 직면한 제2의 '후단협' 세력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 보인다.
정병국 공동선대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가 진행 중인데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중구난방으로 얘기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연대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그런 얘기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일"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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