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남남(男男)' 영화들…여성영화는 '가뭄'
김윤진 주연의 '시간위의 집', 개봉 2주만에 안방극장으로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한국영화계에 남자 배우들끼리 호흡을 맞춘 '남남(男男)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현빈·유해진 주연의 '공조'와 조인성·정우성 주연의 '더 킹'이 설 대목 극장가를 휩쓸며 '남남 케미'를 발휘했다.
2월에는 정우·강하늘 주연의 '재심'이 흥행몰이에 성공한 데 이어 3월에는 한석규·김래원이 출연한 '프리즌'이 한 달 이상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며 비수기 극장가에서 한국영화 흥행을 주도했다.
최장 11일간 이어지는 5월 황금연휴 기간에도 남남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이달 26일 최민식·곽도원 주연의 정치영화 '특별시민'과 이선균·안재홍이 호흡을 맞춘 코믹수사극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동시 개봉하는 데 이어 다음 달 3일에는 이성민·조진웅·김성균이 출연하는 '보안관'이 출격한다.
고수·김주혁이 호흡을 맞춘 서스펜스 스릴러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다음 달 9일에, 이정재·여진구 주연의 사극 '대립군'은 다음 달 31일 각각 극장을 찾는다. 설경구·임시완 주연의 범죄액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도 5월 중 간판을 내건다.
남남 영화가 쏟아지는 것은 극장의 주 관객층이 20∼30대 여성이기 때문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관객층이 넓어지긴 했지만, 극장의 메인 타깃은 여전히 20~30대 여성이어서 이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데는 남자 배우들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영화계에서는 남자 배우들 간 신선한 조합을 찾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연기력과 티켓 파워를 갖춘 배우 풀은 적다 보니 이미 한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다른 영화에 동시에 출연하는 경우도 많다. '보안관'에 출연하는 이성민·조진웅·김성균은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2014)에서도 함께 등장했다.
반면 여배우가 주연인 영화들은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제작된다 하더라도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김윤진이 원톱 주연한 '시간위의 집'(4월 5일 개봉)은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하우스 스릴러 장르로 호평을 받았지만, 개봉 2주 만에 안방극장으로 밀려났다. '시간위의 집'은 19일부터 IP(인터넷) TV,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달 5일 선보인 김남길·천우희 주연의 '어느날'도 지금까지 22만명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지난 1월 김하늘과 유인영이 투톱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여교사'도 11만8천여명을 동원한 뒤 조용히 간판을 내렸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여성이 중심인 여성 영화 기근 현상은 충무로에서 벌써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데 다들 공감하지만, 흥행이나 투자 등을 고려할 때 제작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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