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측근 각료 또 막말…"문화재 학예사는 암…쓸어버려야"

입력 2017-04-17 10:28
아베 측근 각료 또 막말…"문화재 학예사는 암…쓸어버려야"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측근인 일본 정부 각료가 문화재를 소개하는 학예사(큐레이터)를 '암(癌)'으로 표현하며 "쓸어버려야 한다"고 막말을 했다가 문제가 되자 발언을 철회했다.

17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야마모토 고조(山本幸三) 지방창생(활성화)담당상은 16일 시가(滋賀)현 오츠(大津)시에서 열린 지방 활성화 관련 세미나에서 "최고의 암은 문화 학예사"라며 "이 패거리들을 쓸어버리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문화재를 소개하는 학예사들의 활동이 부진하다고 지적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학예사는 박물관에서 자료의 보관과 전시, 조사연구 등을 행한다.

그는 학예사들이 외국인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영박물관의 경우 학예사를 그만두게 해서 성공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세미나 후 기자들에게는 "교토(京都)시의 니조(二條)성과 관련해서도 당시의 생활을 재현하려고 했지만 학예사들이 반대했다"며 "그들만의 문화제가 되어버리면 (문화) 자원이 생존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학예사와 암 환자 모두에게 불쾌감을 주는 말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야마모토 지방창생담당상은 "'쓸어버려야 한다'는 말은 지나쳤다"고 하면서도 "문화재는 프로들만의 것이 아니다. 학예원도 관광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최근 들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는 내각 관료들이 막말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이 기자회견에서 원전사고로 스스로 고향을 떠난 피난민에 대해 "(피난처에서 귀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본인의 책임이자 판단"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국가의 책임은 없는 것이냐"고 질문하는 기자에게 "당신, 다시는 오지 말라", "시끄럽다"며 반말로 반응했다.

야당이 사퇴를 촉구하자 이마무라 부흥상뿐 아니라 아베 총리까지 나서서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끝내 사퇴하지는 않았다.

야마모토 지방창생담당상 역시 발언 후 하루가 지난 이날 오전 "적절하지 않았다. 반성하고 있다. (발언을) 철회하고 사죄하고 싶다"면서도 "전력을 다해 지방 활성화에 힘쓰고 싶다"며 사퇴 여론을 일축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역시 이날 발언 철회 소식을 전하며 "그렇게 말했으니 충분하다"며 감싸고 돌았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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