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불모지' TK서 대선 깃발 올렸다…'정의·민생·통합·국민'(종합)
'촛불의 출발점' 광화문광장서 시작과 마무리…정의와 공정 강조
대구서 첫 유세…지역 간 반목 척결로 '모두의 대통령' 부각
대전 거쳐 광화문서 수도권 의원과 결합…총 700㎞ 이동 '강행군'
(대구·대전·수원·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본격적인 유세전에 돌입했다.
문 후보의 첫날 행보의 열쇳말은 '정의·민생·통합·국민'이라는 네 단어로 수렴된다.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가 바로 이 키워드에 녹아 있는 셈이다.
문 후보는 이날 대구에서 첫 유세 일정을 시작해 대전과 수원을 거쳐 서울 광화문광장 유세로 숨 가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첫 유세지는 대구이지만 사실상 첫 행보는 광화문에서 시작했다. 이날 0시를 기해 SNS에 공개한 동영상의 배경이 광화문광장이다. 세종대왕상을 배경으로 광장에 선 문 후보는 "이 길은 제 인생의 가장 마지막 도전이 될 것"이라며 "더는 국민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선언했다.
문 후보의 이날 마지막 일정도 광화문광장이었다. 이번 대선의 출발점이 '촛불'이었고 그 촛불이 타오른 상징적 장소가 광화문이라는 것이다. 촛불에 담긴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받들어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게 문 후보 측 설명이다.
문 후보는 이날 새벽 기차를 타고 대구로 향해 달서구에 있는 2·28 민주의거 기념탑을 참배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문 후보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첫 유세전을 시작하는 셈이다. 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통합'이다
문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받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한 만큼 지역 간 차별·반목·대립을 극복하고 보수·진보를 넘어서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드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TK(대구·경북)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지만 과거 2·28 민주의거는 물론 국채보상운동과 항일의병운동 등 변화를 주도했던 곳이었기에 TK 유권자들과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걷고 싶다는 메시지다.
문 후보는 이런 기조를 담아 경북대 일대에서 유세전을 벌였다.
문 후보는 "민주당 역사상 지금까지 대구에서 유세를 시작한 일이 없었다"며 "통합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가 통합의 문을 열어주시고 대구가 나서서 분열을 끝내달라"며 "지난 번 대선 때보다 대구에서 딱 두 배 더 얻어서 반드시 1등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경북대 유세에 앞서서는 대구 성서공단을 방문해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10번째 정책시리즈로 '일자리 100일 플랜'을 선보였다.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정책 면에서 '준비된 후보'라는 면모를 보여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구 일정을 마친 뒤에는 대전의 중심가인 '으능정이 거리'에서 '용광로 선대위' 발대식을 겸한 유세에 나섰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이 선택한 후보가 대선을 품었던 만큼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이곳 민심에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폐기를 외쳤고 박근혜 정부는 지방을 소외시켰다"며 "충청에서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의 꿈을 기필코 완성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역 유세를 거쳐 마지막 유세 장소인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문 후보는 이미 도착해 있던 30여 명의 수도권 지역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들과 결합해 대대적인 유세전을 펼쳤다.
수원역 유세에서 정조 대왕의 대탕평 정신을 잇겠다고 했던 문 후보는 광화문 유세에서 "세종대왕의 개혁과 민생, 이순신 장군의 안보와 애국정신을 잇겠다"며 "국민이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지지자들은 문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화답했고 일부는 '친박' 단체가 주최해 온 탄핵반대 집회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태극기를 흔들어서 분위기를 띄웠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거리에 나타난 문 후보를 보고 시민들이 몰려들어 유세장은 장사진을 이뤘다.
수원역 유세를 마치고 기차를 타고 용산역에 도착했을 때는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실종자 가족들이 문 후보를 기다렸다가 울음을 터뜨리며 가족을 찾아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첫 일정을 마친 문 후보는 이날 오후 제주로 이동하고 나서 18일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제주 일정을 마치면 '야권의 심장'인 호남으로 가서 텃밭 민심에 지지를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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