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아타튀르크 체제' 역사속으로…에르도안 4연임도 가능

입력 2017-04-17 03:47
수정 2017-04-17 03:55
터키 '아타튀르크 체제' 역사속으로…에르도안 4연임도 가능

"개헌 구체내용 모르지만 에르도안 성과 신뢰" 터키민심, 개헌 선택

서방, 난민협정·비자면제협상·EU가입협상 영향에 주목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6일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어 '술탄' 대통령에 등극했다.

이번 개헌으로 터키는 공화국 설립 후 94년간 지속된 의원내각제를 버리고 '제왕적 대통령제'로 갈아탔다.

이처럼 새 헌법이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 반면에 견제와 균형 기능은 취약해 독재로 흐를 가능성을 막기 힘들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을 비롯한 반대진영은 캠페인 기간에 개헌(안)이 '1인 통치'를 고착한다며 반대투표를 던지라고 유권자를 설득한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의회와 법원이 다 있고, 이들을 해산하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새 헌법이 정치 안정성을 높여 국가발전을 가속할 것이라고 지지층을 설득했다.

여당 정의개발당(AKP) 지도부는 미국, 프랑스, 한국의 사례를 들며 대통령중심제가 민주주의 후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새 터키 헌법에 따른 대통령중심제는 미국이나 한국보다 권력집중 정도가 훨씬 강하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통해 사법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원하면 조기 총선을 시행할 수 있다.

대통령중심제의 성공 요건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자연히 제기된다.

비판 언론 줌후리예트의 한 중견 기자는 16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현재 국가비상사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주어진 강력한 권한이 앞으로 평시에도 계속된다는 뜻"이라며 "독주에 제동을 걸기 한층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초장기 집권 기반도 마련됐다.

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잔여 임기 2년이 보장되고 새 헌법에 따른 첫 대선은 2019년에 시행된다. 1회 중임 규정에 따라 2029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

만약 에르도안 대통령이 2029년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조기 대선을 결정한다면 의회의 동의를 거쳐 다시 출마할 수 있다. 이 경우 임기는 2034년까지 연장된다.

각국 헌재의 협의체인 베니스위원회도 터키 개헌안에 대해 "터키의 입헌민주주의 전통을 거스르는 위험한 시도로, 전제주의와 1인 지배에 이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안팎 우려에도 터키 민심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反)서방, 반세속주의, 반엘리트주의를 택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이스탄불 거주 여성(23)은 "솔직히 새 헌법의 조문은 잘 모른다"면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그간 이룬 업적을 알기에 그가 추진하는 개헌도 국가발전에 이로우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유럽을 비롯한 서방은 권력을 한층 공고히 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난민송환협정, 비자면제협상, 사형제, 유럽연합 가입협상, 시리아정책 등에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개헌 캠페인 기간 에르도안 대통령은 난민송환협정과 유럽연합 가입을 재검토하고, 사형제 부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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