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유치원이 급진주의 조장?…오스트리아서 논쟁

입력 2017-04-16 22:14
무슬림 유치원이 급진주의 조장?…오스트리아서 논쟁

빈 대학 교수 보고서 논란…"근거 부족하다" 비판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무슬림 유치원이 평범한 사회와 고립된 '평행사회'를 조장하거나 미래의 자생적 급진주의를 확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두고 오스트리아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AFP통신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빈 대학 에드난 아슬란 교수는 150개 이슬람 유치원에 다니는 1만여 명의 2∼6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보고서에서 최소 4분의 1에 이르는 유치원이 이슬람 근본주의를 따르거나 종교를 정치, 사회 영역으로 확대 해석하는 단체의 지원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아슬란 교수는 AFP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쿠란을 가르치는 유치원에 보내면서 다원화된 사회와 아이들을 떼어놓고 있다는 점을 부모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나온 이 연구결과는 유럽 내 자생적 무슬림들이 저지른 파리, 브뤼셀 테러 이후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 등을 통해 이민 반대의 근거로도 활용됐다.

아슬란 교수의 보고서가 논란이 되면서 오스트리아 잡지 '비버'는 어린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려는 학부모인 것처럼 꾸민 기자가 14개 무슬림 유치원을 직접 취재한 뒤 보고서 내용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기사를 실었다.

비버지는 다만 일부 교사들의 개방성이나 독일어 구사 능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유치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빈 시는 이슬람 유치원 문제를 연구할 위원회를 꾸리고 올해 안으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빈에는 842개 유치원이 등록돼 있는데 100곳은 가톨릭, 13곳은 개신교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슬람 유치원 수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인구 180만명인 빈은 절반이 부모가 이민자거나 자신이 이민자 출신일 정도로 외국인이 많다. 오스트리아 전체 인구는 870만명인데 2015년 이후 난민 사태가 불거지면서 13만명이 망명을 신청했다. 망명 신청자 수는 독일 등에 비해 적지만 인구 대비로는 독일 못지않을 정도로 많다.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는 70만 명의 무슬림을 대변하는 단체는 "아슬란 교수의 보고서는 포퓰리즘을 부추기고 무슬림이 자신을 정당화하도록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녀를 무슬림 유치원에 보내는 한 남성은 "난 어렸을 때 기독교 유치원에 다녔는데 왜 어떤 종교는 되고 어떤 종교는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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