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추사 연구의 결실…최완수 소장 '추사 명품' 출간
편액·시화·서첩·비석 등 130여 건 소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는 시(詩)·서(書)·화(畵)에 두루 능했던 예술가이자 학자였다. 특히 서예와 비석을 연구하는 금석학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남겼고, 독특한 서체인 '추사체'를 완성하기도 했다.
여러 면에서 천재적인 면모를 보였던 그는 조선 후기 예술가 중 가장 매력적이고 논쟁적인 인물로 꼽힌다. 추사가 썼다고 전하는 작품 중 상당수는 진위 논란에 시달렸고, 평전이 나오면 그 내용을 두고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40여 년간 추사 연구에 매진해 온 최완수(75)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소장이 추사의 작품 도록이라고 할 만한 '추사 명품'(秋史 名品, 현암사 펴냄)을 출간했다. 겸재 정선의 미술 작품을 집대성해 2009년 내놓은 3권짜리 '겸재 정선'에 이은 또 다른 역작이다.
저자는 1976년 발행된 '간송 수장 추사 명품첩'의 해설집인 '추사 명품첩 별집'을 쓰면서 추사 연구를 시작했다. 그해 추사가 남긴 글 중 일부를 번역한 '추사집'을 냈고, 1983년에는 '추사 명품첩 별집'을 보완한 '추사정화'를 펴냈다.
그는 이번 책을 집필하기 위해 간송미술관 소장품뿐만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이 추사 150주기를 맞아 2006년 열었던 특별전의 도록을 참고했다.
저자는 추사의 작품 130여 건을 편액, 임서(臨書·법첩을 옆에 두고 보면서 쓴 글씨), 시화, 대련(對聯·문이나 기둥에 써 붙이는 대구), 서첩, 회화, 서간, 비석 등 8개 분야로 나눈 뒤 서체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도록 제작 시기 순으로 소개했다.
또 작품의 원색 도판 267장과 참고 도판 150여 장을 싣고, 그에 대한 해설을 빠짐없이 담았다. 서첩에 찍힌 추사의 인장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와 함께 책의 뒤쪽에는 추사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중국 서예사의 흐름'과 '한국 서예사 대강'이라는 글도 넣었다.
저자는 "추사체는 다양한 서체를 고루 융합한 위에 역대 명사 서법의 특징을 겸해서 취했다"며 바위산과 같은 강경한 기질, 푸른 하늘과 같이 상쾌한 기운, 사계의 변화와 같이 다양하고 분명한 조형적 변화를 추사체의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추사의 작품은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해도 종합적인 연구 관찰이 쉽지 않아 해설에 난관이 적지 않았다"면서 "'겸재 정선'이 겸재 그림 감정의 기준이 되듯이 '추사 명품'은 추사 서화 감상과 감정의 기준서가 되리라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800쪽. 1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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