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해진 지역·이념·세대구도…더욱 짙어진 '안개 표심'
野로 기울어진 운동장 영향…호남표심, 몰아주기 대신 文·安 저울질
반문정서 따라 보수·TK의 '전략적 투표' 경향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역대 대선판을 뚜렷이 갈라놓았던 지역·이념·세대 등 3대 구도가 19대 대선에서 무너지고 있다.
영남과 호남, 진보와 보수, 젊은층과 장년층으로 극명하게 나뉘었던 대선 구도가 흐릿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야권으로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 탓이 크다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문재인-안철수' 간의 이례적인 '야-야' 양강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대선판에 전에 없던 새로운 지형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선거의 '문법'이 깨지지고 대선 표심의 향배를 둘러싼 유동성이 높아지면서 2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더욱 '깜깜이'가 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간 대선 때마다 되풀이돼온 영호남 지역의 몰표 경향은 두드러지게 약화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천10명을 대상으로 한 4월 둘째 주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각각 47%, 36%의 지지율을 얻었다.
호남 민심이 정권교체를 당연시하면서 두 후보에게 지지가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16일 통화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정권교체가 된다고 보고 더 나은 정권교체를 놓고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호남은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 후보에게 89.2%의 몰표를 던지는 등 역대 대선에서 야권의 유력후보에게 90% 전후의 표를 몰아줬다.
보수의 심장부 격인 대구·경북(TK)의 민심 흐름 역시 역대 대선과 확연히 다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80.5%를 몰아줬던 TK 지역에서 안 후보는 갤럽 조사 결과 48%의 지지율을 얻었다.
보수의 '텃밭'에서 야권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강하게 작동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TK의 이런 흐름이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진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이 선전할 경우 언제든 이 지역표심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라는 대선구도 역시 문 후보가 진보층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지만, 안 후보 지지층의 경우 진보·중도·보수로 3분할 되고 있다는 점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갈 곳 잃은 보수층의 상당수가 범보수 후보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야권후보인 안 후보에게로 이동한 것이다. 이 역시 반문 정서에 따라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대별로는 표면적으로 문 후보는 젊은층의 지지가 높고, 안 후보는 장년층에서 지지율이 높다.
갤럽 조사에 19∼29세에서 문 후보가 48%의 지지율로 22%인 안 후보를 2배 이상으로 앞섰다. 반면, 50대에서는 안 후보가 51%로 문 후보(29%)에 한참 앞섰다.
이 때문에 세대별 투표율이 대선의 승부를 가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세대별 지지성향이 다르다고 분석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일 대표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할 때 장년층이 많이 유입돼 세대 대결처럼 보이지만, 안 후보의 지지층이 보수·중도·진보 등 이질적으로 구성돼 있어 나타난 착시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가 20∼30대에서도 확장성을 가질 수도 있고, 안 후보로 와 있던 50대 이상의 보수표가 회의를 품고 다시 보수 후보에게로 회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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