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 "평양의 기적은 땀과 열정의 결실"

입력 2017-04-15 15:30
윤덕여 감독 "평양의 기적은 땀과 열정의 결실"

"올해 동아시안컵 때는 북한 꼭 이겨보고 싶어"

"내년 4월 아시안컵 본선서 월드컵 티켓 따겠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많은 분이 아시안컵 본선 출전권을 딴 걸 '평양의 기적'이라고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이뤄낸 노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여정 속에서 쉽지 않은 결과를 땀과 열정으로 얻어냈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사령탑인 윤덕여 감독은 15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이 개최국 북한을 제치고 아시안컵 본선에 오른 건 태극낭자들이 여러 악조건을 딛고 이뤄낸 값진 성과라고 강조했다.

윤덕여 감독은 아시안컵 본선행 티켓 주인이 사실상 결정되는 북한과의 2차전과 관련해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강팀과의 경기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전반을 0-1로 뒤졌지만 후반에 준비한 게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은 게 본선 진출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 감독은 "경기 일정상 북한이 먼저 경기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결과를 보고 준비할 수 있었다"면서 "북한이 인도전에서 8골 차로 이긴 걸 보고 우리는 다득점하려고 화력을 집중해 10-0으로 이겼고, 북한과 1-1로 비기면서 본선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윤덕여호는 '평양 원정'으로 치러지는 남북대결을 앞두고 철저하게 준비했고, 그 효과를 봤다.



5만명을 수용하는 김일성경기장에서 단체 응원을 대비해 인조잔디의 목포축구센터에서 비슷한 소음 환경을 만들어 놓고 훈련했고, 강한 체력을 앞세운 북한 선수들에 적응하려고 남자 고교팀 선수들을 스파링 파트너 삼아 2차례 연습경기를 했다.

그는 "체력이 좋은 남자 고교 선수들과 직접 몸싸움을 하며 경기를 해본 게 실제 북한전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면서 "소음과 인조잔디에 적응됐기 때문에 우려했던 것보다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고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과 한 조에 묶이자 대표팀 세대교체를 잠시 보류하고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수혈했던 그는 "경험 있는 선수들이 능력을 보여줬고, 어린 선수들은 큰 무대에서 자신감을 얻어 대표팀으로서도 한 차원 성장한 좋은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4월 아시안컵 본선에서도 베테랑 선수 중 좋은 경기력과 컨디션을 갖고 있다면 계속 기용하는 한편 여자축구 WK리그를 돌며 새로운 선수를 발굴할 계획이다.

윤 감독은 WK리그 개막전이 열렸던 14일에는 대표팀 자원이 대거 포진한 인천현대제철과 구미스포츠토토의 맞대결을 관전했다.

그는 "12월 동아시안컵과 내년 1월 중국 4개국 대회, 2월 키프로스컵까지 선수들을 발굴하고 점검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을 계획"이라면서 "아시안컵 예선에서 어렵게 관문을 통과한 만큼 본선은 어느 정도 자신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표팀을 위해 정규리그 경기 일정을 한 달 늦춘 여자축구연맹과 구단을 설득해 대표팀에 참가한 지소연, 훈련 중 부상으로 중도 하차한 김혜리, 그리고 합심해서 본선행 티켓을 따낸 우리 선수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올해 동아시안컵에서는 북한을 꼭 한번 이겨보고 싶다"면서 "내년 4월 아시안컵 본선에서는 여자 월드컵 출전권을 따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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