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선언 최윤아, 교생 실습 중…"제2의 인생, 후회하지 않아요"
신한은행 전성기 이끌었던 최윤아, 코치직과 교편 놓고 고민 중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아, 제가 이제야 수업이 끝나서요…."
14일 낮,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최윤아(32·인천 신한은행)의 목소리가 밝았다.
약간 숨이 차 있다는 것을 빼면, 예상 외로 씩씩하고 우렁찼다.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위로가 쑥 들어갔다.
"수업이요? 무슨 수업을…"
"아, 제가 지금 교생 실습을 나와 있거든요"
여자 프로농구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윤아가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13일 공식 은퇴를 발표한 최윤아는 현재 대전 경덕공업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 중이다.
최윤아는 오래전부터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그는 2011년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에 늦깎이 대학생으로 입학했는데, 학사 학위를 받은 뒤 교육대학원까지 진학했다.
그는 "사실 데뷔(2003년) 때부터 은퇴 시기를 정해놓고 있었다. 30대 초반까지 모든 것을 코트에 쏟아낸 뒤 후회 없이 은퇴하자는 게 내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이미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동료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주변에선 양쪽 무릎 부상이 은퇴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다.
최윤아는 훈련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선수인데, 부하가 쌓인 양쪽 무릎이 닳고 닳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윤아는 수차례 수술과 재활을 거듭했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 농구 관계자들은 다 아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윤아는 은퇴를 결심한 이유가 무릎 상태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무리를 하면 뛸 수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후회 없이 선수생활을 했으니, 데뷔 때 가졌던 인생의 계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후회는 없다"라고 밝혔다.
제2의 인생을 시작했지만, 목적지는 없다.
최윤아는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고심하고 있다.
그는 "교생 실습은 대학원 교육 과정의 하나다. 프로 무대에서 지도자를 할지, 체육 지도자를 할지, 선생님의 진로를 택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씩씩하고 밝게 이야기를 풀어가던 최윤아는 고마운 사람을 꼽아달라는 말에 잠시 말을 흐렸다.
그는 "고마운 사람보다 미안한 사람들이 떠오른다"라며 "데뷔 초부터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이 눈에 밟힌다. 어제도 은퇴하지 말아 달라고 연락이 왔는데, 미안한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남길 말이 있는지 묻자 "신한은행의 빛났던 영광에 취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했으면 좋겠다. 이제 새로운 신한은행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윤아는 교생 실습을 5월에 마친다.
그때까지는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며 학업과 실습에 열중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농구를 완전히 잊는 것은 아니다.
최윤아는 "학생들이 농구 선수였다는 걸 잘 알고 있더라. 몇몇 짓궂은 학생들은 발차기 사건으로 놀렸다"라며 웃었다.
최윤아는 2005년 대만에서 열린 존스 컵 대만과 경기에서 시비 끝에 상대 팀 베테랑 선수 췐웨이쥐안이 주먹을 날리자 발차기로 응수해 화제를 모았다.
이때부터 최윤아는 '당돌한 선수', '기죽지 않은 선수'로 이름을 날리며 코트에서 명성을 날렸다.
최윤아는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제2의 인생이기에 섭섭한 마음보다는 기대가 크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선수 때처럼 모든 것을 쏟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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