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마룽 잡은 정상은, 조선족 출신 '탁구 천재'
유승민-주세혁 이을 기대주…강력한 포핸드와 집중력이 장점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기본기와 움직임이 안정적이고 포핸드 드라이브가 주무기입니다. 특히 백핸드에 이어 돌아서는 포핸드 공격은 위협적입니다. 강한 집중력으로 세계 최강자 마룽을 이긴 걸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단식 32강에서 세계 탁구 최강자 마룽(중국)을 꺾는 이변을 일으킨 정상은(27)의 소속팀 삼성생명 이철승(47)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일을 낼 줄 알았다"면서 정상은의 '녹색테이블 반란'에 의미를 부여했다.
정상은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어깨 부상 등의 여파로 국제탁구연맹(ITTF) 오픈대회 출전이 많지 않아 500위권의 세계랭킹에서 이름이 아예 빠져 있다. 랭킹에도 들어있지 않은 정상은이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룽을 잡은 건 '이변 중의 이변'이었다.
하지만 정상은은 주니어 시절부터 '탁구 천재'로 주목을 받았던 한국 남자 탁구의 기대주였다.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태어난 정상은은 탁구 선수로 활동했던 아버지 정부원씨를 따라 여섯 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라켓을 잡았고, 현지에서 중학부 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국내 여행사에 취직한 어머니 김난씨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정상은은 동인천고에 입학해 2006년 종별대회를 통해 데뷔했다.
오른손 셰이크핸드인 그는 이상수(국군체육부대)와 2006년 12월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하며 우승을 이끌어 2007년 1월 대한탁구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2014년에도 한국 남자대표팀의 주축으로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중국의 벽에 막혔지만 한국의 단체전 은메달에 기여했다.
당시 세계랭킹이 42위였던 그는 중국과 결승에서 게임 스코어 0-2로 뒤진 세 번째 게임에 나섰지만 세계 4위였던 장지커에게 0-3으로 완패했다.
이번 중국 우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도 12년 만에 진출한 결승에서 중국을 상대로 0-2로 뒤진 3단식에 출전했지만 세계 3위 쉬신에게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단식에서만큼은 중국에 또 한 번 좌절하지 않았다.
그의 32강 상대는 마룽이었지만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서브와 리시브가 강하지 않지만 일단 초반 기선을 잡으면 발휘되는 강한 집중력은 그의 장점이다.
그는 결국 마룽을 3-1로 꺾는 최대 이변을 일으키고 여세를 몰아 8강까지 안착했다.
이철승 감독은 "중국에서 전화를 걸어와 '이번만큼은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 잘해보고 싶다'는 각오를 밝히는 데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면서 "일단 리드를 잡으면 무섭게 몰아치는 집중력은 어떤 선수도 따라갈 수 없는 상은이만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이 감독은 이어 "세계랭킹은 60위권이지만 현재 오픈대회 출전이 많지 않아 랭킹에서 아예 빠져 있다"면서 "내년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중국의 높은 벽을 허물 수 있도록 오픈대회에 참가시켜 랭킹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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