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집값에 허리 휘는 가계…"노후준비·소비 못해요"
교육·주거비 지출이 연금·보험 가입률 낮춰
국내 교육비 지출 5년만에 증가…이주열 "주거·교육비 완화정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가계를 짓누르는 교육비와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규복·이석호 박사는 16일 '국내가구의 교육 및 주거 관련 비용 부담이 노후소득 준비에 미치는 영향 : 연금·보험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패널조사를 이용해 가계 주거비나 교육비가 퇴직연금, 연금저축, 연금보험 등 사적 연금 및 보험상품 납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2009∼2014년 5천507가구를 살펴본 결과, 전체 가구 중 23%가 연금·보험상품에 납입금을 낸 경험이 있고 소득에서 교육비 비중이 클수록 연금·보험을 납입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대비 교육비 비중이 1%포인트(p) 높아지면 납입 가구 비율은 0.2∼0.4%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전체 가구를 고소득분위와 저소득분위 등 2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고소득분위가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고소득분위의 경우 소득 대비 교육비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지면 연금·보험에 납입하는 비율이 0.5% 정도 낮아졌다.
주거비도 연금·보험 가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에서 월세, 전월세보증금 등의 비율이 높을 수록 연금·보험 가입 비율이 낮았다.
우리나라에서 연금 소득대체율(노후에 받는 연금 수령액을 연금 가입 기간에 벌어들인 소득과 견준 비율)은 2015년 기준 3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7.6%를 크게 밑돌았다. OECD에서 최하위권인 30위를 기록했다.
교육비와 주거비에 대한 부담으로 가계가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정책당국이 교육비와 주거비 지출을 조정·통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주거 관련 지출에는 전월세 비용, 수도·전기요금 등 공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비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교육비와 주거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의 소득증가 방안과 관련 "지출 측면에서 가계부채의 상환부담을 줄여주고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을 완화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계가 주거비와 교육비를 감당하느라 실질소득을 늘리는 데 제약이 많고 위축된 소비를 회복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가계소득 증가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우리 경제,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과 함께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경기 부진에도 교육비와 주거비 부담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한은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계가 교육비로 지출한 금액은 40조3천896억원으로 2015년보다 1.4%(5천694억원) 늘었다.
국내 교육비 지출은 2011년 42조8천121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어들다가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통계에는 학원비와 과외비, 학교 등록금 등이 포함되고 해외 유학비는 들어가지 않는다.
주거비도 부동산 경기 호황에 따른 아파트값 상승과 전세의 월세 전환 등으로 늘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지난해 가구당 실제 주거비(월세 기준) 지출은 월평균 7만8천900원으로 전년보다 6.3% 증가했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6억17만원으로 사상 처음 6억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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