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총장선출 방식에 교수·학생 모두 불만…선거일도 못정해
학생 8.5%, 교수 77.5%…양측 요구에서 후퇴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이화여대 차기 총장선출 방식을 두고 논의가 이어진 끝에 이사회가 결단을 내렸지만, 여전히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쟁점이 된 총장선거 투표 반영비율에서 교수들은 심리적 마지노선에서 후퇴한 결과를 받았고, 학생들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총장선거 투표 반영비율을 교수 77.5%, 직원 12%, 동창 2%, 학생 8.5%로 하는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종전에는 교수 82.6%, 직원 9.9%, 동창 2.5%, 학생 5%였다.
수치상으로는 교수와 학생의 희비가 엇갈렸다. 교수가 가장 크게 손해를 봤고 학생은 투표권이 가장 많이 상승했다.
그간 팽팽하게 맞섰던 교수와 학생은 어느 쪽도 충분히 만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교수, 직원, 동창, 학생 대표는 2월부터 14차례 '제16대 총장후보 선출을 위한 4자 협의체' 회의를 했다.
교수들을 대표하는 교수평의회는 '비율 80% 이하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대 한 교수는 이번 이사회에 앞서 "(이사회에서) 교수들 뜻이 받아들여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심정적 저지선이던 80% 선이 무너져 반발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학생 측도 사실상 승자는 아니다. 이대생들은 4자 협의체 회의에서 처음엔 '교수:직원:학생 = 1:1:1' 즉 33.3%를 요구하다가 타협에 이르지 못하자 최근 물러선 것이 25% 내외다. 이사회가 결정한 '학생 8.5%'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교수와 학생 모두 불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양측 대립이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사회는 예상과 달리 이번 회의에서 차기 총장선거 투표일을 결정하지 않았다.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쟁점이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투표 시점을 학생들은 충분한 논의를 위해 5월 말∼6월 초까지는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교수나 학교 당국 측은 5월 개교기념일이 지나기 전에 마무리하자는 주장을 펼쳐왔다.
장명수 이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두 달간 4자 협의체 논의 과정을 기다려왔지만 선거권 비율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더는 (협의체에서) 논의할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주말 중 비상 회의를 소집해 중앙운영위원회 차원 입장과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는 최경희 전 총장이 '정유라 특혜 파문'으로 지난해 10월 19일 불명예 퇴진하면서 1886년 개교 이후 처음으로 총장이 임기 도중 물러나는 상황을 맞았다. 총장 궐위 사태는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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