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호장구 맞춤제작 35년…탁구 에이스 정영식 부친

입력 2017-04-17 06:35
장애인 보호장구 맞춤제작 35년…탁구 에이스 정영식 부친

"소아마비 손님 취업했을 때 가장 뿌듯했죠"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밭에서 지뢰가 폭발해 다리가 절단된 환자, 어렸을 적 소아마비를 앓은 장애인 등이 물어물어 이곳의 문을 두드린다.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3동에 위치한 이 작은 사무실은 27년째 도움이 필요한 손님들을 향해 활짝 문을 열어 놓고 있다.

한수이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장애인 보호장구 맞춤제작을 하는 정해철(53)씨를 오는 20일로 다가온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최근 만났다. 정씨는 한국 탁구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정영식(25·미래에셋대우)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정씨는 "탁구를 관두고 돈을 벌기 위해 배우기 시작한 일이 어느덧 35년째다"며 "그동안 다녀간 손님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운을 뗐다.

정씨는 고교 1학년 때까지 탁구를 했고, 아마추어 탁구선수 생활을 10년 했다.

탁구를 관두면서 학교도 중퇴했다는 정씨는 친척의 소개로 대구에서 보호장구 제작 일을 배웠다. 이후 약 8년 뒤 의정부에 정착해 동생과 함께 사무실을 냈다.

정씨는 "당시 사정으로 학교와 탁구를 다 그만두고 일을 시작했다"며 "이 일을 하게 된 건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한번 배워 기술이 생기니 결국 지금까지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정씨의 친누나도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했던 터라 손님들의 마음에 대한 이해가 깊은 편이었다.



정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15년 전 연천에서 찾아온 남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로 인해 다리가 남들보다 가늘고 힘이 없어 걷기 위해서는 항상 손으로 다리를 지탱해야만 했던 분이 있었다"며 "보조기가 뭔지도 몰랐는데, 친구를 따라 사무실을 찾아 왔다"고 했다.

이어 "그분께 보조기를 제작해 드렸는데, 그동안 꿈도 못 꿨던 취업을 하게 됐다며 다시 찾아 왔었다"면서 "제지 공장에서 일하고 이후 결혼도 했다고 해 가장 뿌듯한 기억"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해 의족 한 쌍을 제작하는 데 보통 보름이 걸린다. 지금은 치수를 잰 뒤 알맞은 크기로 조립하는 식이지만 과거에는 최소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비용은 대략 400만∼500만원이다.

정씨가 의정부에서 사무실을 운영한 지 이제 27년이나 됐다.

그 사이 아들은 국가대표 탁구선수로, 딸은 배우로 성장했다. 딸 영주(23)양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으로, 최근 연극 '밑바닥에서'에서 열연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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