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방심은 금물'…보호무역·사드·가계빚 넘어야
한은 "세계교역, 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하기 쉽지 않아"
북한 리스크 지속하면 금융시장에 악영향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한국경제가 올해 1분기 예상보다 선전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가 크다.
경기의 본격적 회복에 장애물이 많이 쌓여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올리면서 주요 불안요인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세계교역 신장세 약화 ▲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심화에 따른 중국의 무역제한조치 ▲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고조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세계 경제가 언제까지 회복세를 유지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자원수출국들도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경제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도 올해 세계교역 신장률 전망치를 3.1%로 작년(2.2%)보다 0.9% 포인트 높게 잡았다.
그러나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 일본 등 교역국을 상대로 무역 적자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앞으로 미국이 보호무역조치가 본격화할 경우 한국의 수출도 둔화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내수중심 성장전략도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에 불리한 점이다.
한은은 '최근 세계교역 여건 평가 및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교역은 중국의 내수중심 성장 등 구조적 제약요인이 지속하고 있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본격적인 회복세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사드 문제는 한국경제에 더 직접적인 현안이다.
한은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직·간접적 대응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2% 포인트 떨어뜨리고 고용을 2만5천명 가량 줄일 것으로 추정했다.
올 2분기부터 1년간 중국인 관광객이 30% 감소하고 중국에 대한 우리의 상품수출이 2% 감소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피해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드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인데 미국,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이 앞으로 보복 조치를 강화할 경우 국내 관광산업의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지수도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이 최근 니미츠급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 인근 해역에 배치했고 미국 언론에서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등 과거보다 민감한 분위기가 나타났다.
북한 리스크가 오랫동안 지속하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
이밖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도 국내 금융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미국이 올해 추가로 2차례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가 복병으로 꼽힌다.
올해 수출과 투자가 회복되더라도 가계가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으로 지갑을 열지 못하면 경기회복에는 한계가 있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이미 소비를 제약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그런데도 은행권의 가계대출(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지난 2월과 3월 연속으로 2조9천억원 이상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면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세를 이끌고 있지만, 가계의 실질구매력은 오히려 (경기의) 빠른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며 가계부채의 상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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