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때려도 된다는 호주 무슬림 동영상에 비난 쇄도
이슬람 단체 "순종 않으면 상징적 차원서 가능" 주장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한 이슬람 단체가 무슬림 남성에게는 상징적인 차원에서 아내를 때릴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내놓아 호주 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급진적 이슬람 정치운동 단체인 '히즈브 우트-타흐리르' 호주 지부는 최근 SNS에 올린 동영상에서 무슬림 남성이 순종하지 않는 아내들을 다룰 적절한 방법이라며 두 여성 간 대화를 통해 이런 주장을 폈다고 호주 언론들이 14일 전했다.
동영상에 따르면 자신을 시드니 초등학교의 교사라고 밝힌 한 여성은 무슬림 남성들은 여성들의 보호자며 부양자로 결혼 생활을 이끌 위치에 있다며 서로 협력해 나가야겠지만 남편은 아내를 훈육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매를 들 경우 절제된 방법을 써야 한다며 주먹으로는 안 되고 짧은 막대기를 이용하거나 스카프를 감아서 쓰는 등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주장에 대해 상대 여성은 "아름다운 축복"이라며 맞장구를 놓고는 매질이 장려된다거나 의무적인 게 아니고 단지 허용된 것이고 고통을 주거나 혹독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두 여성은 또 매를 들 수 있는 사례로 남편에 대한 불복종이나 부도덕한 행위, 거짓말을 했을 때를 꼽았으며, 남편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집에 들이는 것도 포함했다.
또 두 여성은 가정의 평온을 위해 때때로 이런 규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 동영상은 최근 한 무슬림 지도자가 남편들은 복종하지 않는 아내들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매를 들 수 있다는 주장을 편 뒤에 나왔다.
동영상의 내용이 알려지자 날로 심각해지는 가정폭력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호주 사회는 정부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호주의 모든 주에서는 그 수위를 떠나 폭력은 범죄라는 점도 지적됐다.
무슬림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연방 의회에 진출한 야당 노동당 소속 에드 후시크 하원의원은 "어떤 형식으로든 부부 사이를 포함해 남을 때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폭력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카엘리아 캐시 연방 여성장관도 동영상에 나온 여성들의 태도가 호주에 설 자리는 없다며 "아내에 대한 남편의 폭력이 용인된다는 식으로 호주의 젊은 무슬림 세대를 가르치려는 시도는 사회 기준에 절대 들어맞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캐시 장관은 특히 동영상에서 대화를 나누던 여성이 초등학교 교사라는 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시드니를 관할하는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교육부는 동영상에 나온 여성이 주 내 공립학교에서 일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2007년 '히즈브 우트-타흐리르'를 불법단체로 규정하는 문제를 검토했으나 테러조직이 아닌 정치단체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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