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에 '보궐선거 무산' 법적 책임 물을 수 있나
공선법 위반 대신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 고발돼…검찰, 법률검토 착수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공직선거법 맹점을 이용해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없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에게 보궐선거 무산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공직선거법상 조기대선일인 5월 9일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동시에 하려면 도지사 직 사임과 도지사 궐위 통보가 공직자 사퇴시한(선거일 전 30일인 4월 9일)내에 모두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홍 후보는 공직자 사퇴시한을 불과 3분 남긴 9일 밤 11시 57분에야 도의회 의장에게 경남지사 사임서를 제출했다.
경남선관위에 해야하는 도지사 궐위 통보는 이보다 훨씬 지난 10일 오전 8시께 이뤄져 보궐선거는 끝내 무산됐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홍 후보가 '꼼수'를 써서 보궐선거를 없앴다는 비판을 하는 이유다.
그러나 홍 후보가 보궐선거 실시사유 통보시점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 허점을 이용해 보궐선거를 무산시켰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을 어겼다고는 보기는 힘들다.
무소속 윤종오(울산 북구)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상 보궐선거 실시사유 확정 시기를 '선관위가 사유 통지를 받은 날'에서 '사유가 발생한 날'로 고쳐 보궐선거 무산을 막는 이른바 '홍준표 방지법'을 최근 발의하기도 했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공직선거법 위반 대신 형법상 공무원 범죄에 해당하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들은 홍 후보가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둔 상태에서 경남지사직을 사임해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할 의무가 마땅히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홍 후보가 공무원 직무를 소흘히 하고 직권을 함부로 행사하는 방법으로 보궐선거를 무산시켰고 이는 경남도민들의 선거권과 출마자들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직무유기, 직권남용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지난 4일 이같은 혐의로 홍 후보를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여영국 경남도의원은 지난 12일 '꼼수 사퇴'에 일조했다고 야권·시민단체로부터 비난받은 류순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행정부지사)까지 같은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려했던 정영훈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도민 참정권과 자신의 피선거권이 박탈됐다며 홍 지사에게 3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창원지검은 2건의 고발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해 고발취지를 살피고 사실관계 확인, 법률검토를 하고 있다.
정영훈 위원장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소송가액이 2억원 미만 사건이어서 민사단독 재판부(민사7단독)가 심리를 맡는다.
홍 후보는 사임전까지 4년 4개월동안 경남지사 직을 수행했다.
그동안 진주의료원 폐업, 학교 무상급식 철폐 등 민감한 도정 현안에 대해 야권·시민단체로부터 관련법 위반, 행정절차상 하자, 모욕, 명예훼손 등 다양한 이유로 여러차례 고소·고발, 민사소송을 당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모든 소송이 기각·각하됐고 고소·고발 사건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아 형사·민사상 책임을 진 적이 없다.
홍 후보는 그러나 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 폐업을 비판한 경남도청 출입기자 2명에게 명예훼손을 이유로 각 1억원씩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모두 패소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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